오젬픽과 위고비, 젭바운드 등 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뒤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을 경험했다는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해당 약물과 시력 손상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어제(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GLP-1 계열 치료제를 복용한 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오젬픽과 위고비 제조사인 노보 노디스크, 젭바운드 제조사 일라이 릴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시신경 혈류 감소로 갑작스러운 시력 손상

NAION은 시신경으로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한쪽 눈에 급격한 시력 손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한번 손상된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개인상해 전문 로펌은 2025년 이후 뉴저지주 법원에 오젬픽 또는 위고비를 복용한 뒤 NAION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을 대리해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9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서도 GLP-1 치료제와 NAION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며 제약사들이 관련 위험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별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서로 엇갈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GLP-1 치료제가 실제로 NAION 발생 위험을 높이는지 여부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복용자가 비복용자보다 NAION을 겪을 가능성이 약 2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상대적인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하더라도 질환 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절대적인 위험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평균적으로 약 1만 명당 2명 정도가 NAION을 경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한 안과 전문기관의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복용자의 NAION 위험이 약 8배 높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지원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GLP-1 치료제가 NAION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데에는 GLP-1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이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NAION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기존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FDA는 조사 중…유럽은 경고 추가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 GLP-1 계열 약물과 NAION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뒤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 내 제품 라벨에는 NAION 관련 경고가 추가되지 않았다.

반면 유럽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졌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6월 세마글루타이드와 NAION의 연관성을 검토한 뒤 NAION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오젬픽과 위고비 등 관련 제품의 유럽 내 설명서에 관련 경고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덴마크에서는 27명 보상받아

노보 노디스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는 오젬픽이나 위고비 복용 후 NAION이 발생했다고 인정된 환자 27명이 총 150만 달러가 넘는 보상금을 받았다.

또한 현재 추가로 38건이 심사를 받고 있다.

이는 제약사가 직접 지급하는 합의금이 아니라 희귀하거나 중대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정부 차원에서 보상하는 제도에 따른 것이다.

독립기관인 덴마크 환자보상청이 각 사례를 심사하며, 노보 노디스크는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제약사 “인과관계 입증되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GLP-1 치료제가 NAION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제기된 소송에서도 약물과 시력 손상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알려진 위험 자체는 낮은 편이지만, 약물을 사용하는 목적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위험과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 치료 목적으로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약물의 치료상 이점이 위험보다 클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개인별 위험 요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 검안협회는 지난해(2025년)부터 GLP-1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에게 시신경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안과 검진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