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법원이 백악관의 특정 언론사 취재 금지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하고 즉각 해제를 명령했음에도, 백악관이 이를 사실상 무시하며 기자들의 출입을 재차 막아 언론 자유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원 명령에도 만찬 취재 막혀
연방 판사가 CNN, MS NOW, 폴리티코(Politico) 세 언론사에 대한 백악관 출입 금지를 일시 해제하라고 명령했음에도, CNN과 MS NOW 기자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국빈 만찬 취재 현장에서 또다시 입장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 도착 예정 약 1시간 전, 백악관 측은 CNN이 사진기자와 오디오 기술자만 보낼 수 있으며 기자와 프로듀서로 구성된 취재팀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MS NOW의 백악관 담당 기자 로라 배런-로페스(Laura Barron-Lopez)는 백악관 직원으로부터 입장이 불가하니 백악관 공보국장에게 연락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백악관 공보 계정은 X(구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들이 믿게 하려는 것과 달리, 언론사가 백악관의 모든 공간, 모든 행사, 모든 브리핑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법원 "위헌 소지 높아, 즉각 해제"
티모시 켈리(Timothy Kelly) 연방 판사는 전날 밤 내린 결정에서 세 언론사에 대한 출입 금지가 "이들의 헌법상 적법 절차 권리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14일간 금지 조치 집행을 중단하고 기자 출입증을 즉시 반환할 것을 명령했다.
티모시 켈리 판사는 백악관이 국가 안보를 금지 조치의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운 것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켈리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 발표 당시 국가 안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금지 조치가 실제로 국가 안보를 보호한다는 사실적 근거가 기록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 언론사가 백악관이 '충분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혼란 속 하루… 아침엔 복귀, 저녁엔 또 차단
법원 명령이 내려진 후 어제(9월24일) 오전에도 세 언론사는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해 긴급 법정 심문을 요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백악관 운영 담당 국장은 법원 제출 서류를 통해 오전 9시 45분까지 출입증과 압수된 배지가 모두 반환됐다고 밝혔다. 이후 세 언론사 모두 오전 중 백악관 출입이 허용됐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어제 저녁 국빈 만찬에서는 다시 취재가 막히는 상황이 반복됐다. 폭스뉴스, NBC, CBS, ABC 등 주요 방송사들은 연대 차원에서 백악관 방송 취재를 자발적으로 중단한 상태였으며, 복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맞이하는 장면의 TV 생중계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사태의 경과: 지난주부터 이어진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전인 지난 18일 금요일 세 언론사가 자신의 행정부에 대해 "허구나 거짓을 쓴다"고 비난하며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그 다음 날인 19일 토요일 아침부터 세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이 막히고 취재 배지가 압수됐다.
세 언론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며 21일 월요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언론이 무엇을 보도할지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법무부는 22일 화요일 법원 제출 서류에서 해당 언론사들이 미사일 비축량, 백악관 연회장 공사, 최근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관련 보도로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언론계 초당적 연대… 폭스뉴스도 지지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계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넘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폭스 뉴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을 포함한 50개 이상의 언론 단체가 세 언론사의 소송을 지지하는 법정조언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했다.
미국 역사에서 특정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하려 한 선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폭스 뉴스를 특정 풀 인터뷰에서 배제하려 했지만, 나머지 4개 방송사가 반발하자 결국 폭스 뉴스의 참여를 허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