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한 식품 공장 직원들이 출근했을 때 사무실 프린터들이 일제히 위협적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컴퓨터에서는 내부 데이터를 지우도록 설계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 그리고 한 엔지니어가 산업용 냉동고에서 연기 냄새를 맡았을 때, 그 안에는 압축기가 파손되고 식품이 전부 부패해 있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약 6개월 전이었던 올해 2026년 5월 이스라엘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이버 공격의 현장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냉동고 해킹

이스라엘 사이버 사고 대응 기업 프로페로(Profero)의 오므리 세게브 모얄 대표는 이 공격이 '사이버 이스나드 프론트(Cyber Isnaad Front)'라는 이란 군사 해킹 조직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 조직은 2024년 미국 선거 개입 공작과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그룹이다.

해커들은 냉동고를 제어하는 산업용 컨트롤러를 침투해 안전 제한치를 조작하고, 가스 압력 밸브를 개방하고, 접속 정보를 바꾸고, 경보를 비활성화하고, 한밤중에 포렌식 증거를 지웠다. 그 결과 압축기는 "폭발에 가까운" 과부하로 완전히 파괴됐다. 수리가 불가능했다.

더 놀라운 것은 해킹의 속도였다. 모얄은 "처음에 시스템을 탐색하다가 거의 마법처럼 순식간에 구성 방식 전체를 파악했다. 사람이 그 짧은 시간에 그토록 많은 설정값을 시도할 수 없다. AI가 개입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미군 기지, 프랑스 슈퍼마켓으로

이후 이 공격 패턴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8월, 미 국방부 산하 군 납품점(Defense Commissary Agency)이 운영하는 여러 군사 기지 마트의 냉동 시스템이 마비됐다. 아리조나주 포트 후아추카 육군 기지 공식 계정에는 "밤새 장비 고장으로 모든 냉동고가 제상(해동) 모드로 전환됐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포트 어윈 기지에서는 기술자들이 "밤새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지에서 생활하는 군인 배우자 애슐리 업쇼는 "냉동 구역이 모두 막히고 채소, 과일이 전부 치워졌다. 무슨 일인지 몰랐다"며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 차로 40분을 운전해야 했고, 이웃끼리 물건을 나눠 쓰는 일도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냉동 시스템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지 출입에는 기밀 취급 인가가 필요한데, 왜 냉동 시스템은 그런 보안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10월, 프랑스에서는 인터마르쉐(Intermarché) 150~200개 매장, 코오페라티브 U(Coopérative U) 100여 개 매장 등 수백 곳의 슈퍼마켓 냉장·냉동 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됐다. 디종 인근 한 슈퍼마켓 점장은 "새벽 4시에 경보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냉장고 온도가 급격히 오른다고. 가보니 냉동고가 오븐처럼 달궈져 있었다"고 전했다.

11월 초 현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 최소 6개 유럽 국가의 식품 매장과 IKEA에서도 유사한 공격이 발생했다. 모얄은 "이스라엘에서 개발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연습하더니 이제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핵심: 인터넷에 연결된 노후 냉동 시스템

이번 사태의 핵심 취약점 중 하나로 덴마크 기업 단포스(Danfoss)의 냉동 원격 제어 시스템이 지목됐다. NPR이 공개 정부 조달 문서를 검토한 결과, 포트 어윈과 포트 후아추카를 포함한 여러 미군 기지 납품점이 단포스 시스템을 사용 중이며, 일부는 2000년대 중반에 출시된 것으로 더 이상 보안 업데이트가 불가능한 구형 버전이었다.

프랑스 당국도 동일한 단포스 시스템을 해킹 경로 중 하나로 지목했다. 단포스 측은 "프랑스 사태를 인지하고 있으며 피해 고객을 지원 중"이라며 최신 펌웨어 설치, 인터넷 연결 해제, 방화벽·VPN 운용을 권고했다.

사이버보안 기업 클라로티(Claroty)의 아미르 프레밍어 CTO는 "인터넷에 노출된 장치는 항상 운영기술의 가장 취약한 부위였다"며 "버그가 발견됐는데 아무도 고치지 않거나, 보안 조치가 전혀 없는 경우, 문을 열어두면 누구든 들어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표적은 의약품 냉장고?

전 사이버보안 인프라 보안청(CISA) 관리 조시 코먼은 "산업용 냉동 시스템을 인터넷에 연결하면 사고와 공격에 노출된다"며 "지금은 식품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다음번엔 온도에 민감한 의약품이나 실험실 재료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식품 피해를 넘어 노후화된 글로벌 핵심 인프라의 보안 공백을 전 세계에 드러낸 심각한 경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