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가 점점 더 젊어지면서 은퇴 준비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정과 전문 간병인·시터를 연결해 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매칭 플랫폼, Care.com의 '2026 샌드위치 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 든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보는 이른바 '샌드위치 돌봄자'들이 이러한 이중 돌봄 책임을 짊어지기 시작하는 평균 연령은 34세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으로 40~50대로 여겨지던 샌드위치 세대의 나이보다 훨씬 젊은 수준으로,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 중 하나"로 꼽혔다.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 1,000명 중 69%는 이러한 이중 돌봄 책임이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고 답했으며, 80%는 그 전환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재정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답했다.
이런 돌봄자들은 이중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느낄 뿐 아니라, 자녀 양육비와 부모 돌봄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이들의 거의 모든 재정적 결정을 다시 짜게 만들고 있다.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이러한 영향은 특히 여성에게 불균형하게 쏠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전환 컨설팅업체 챌린저의 최고매출책임자(CRO)이자 노동 전문가인 앤디 챌린저는 "이중 돌봄에 시달리는 이들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승진 제안을 거절하며, 때로는 회사를 완전히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료경보 서비스업체 베이 알람 메디컬이 미국인 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들은 소득 손실과 자기부담 비용만으로도 연평균 약 1만 2,300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 여기에 무급 돌봄 시간까지 반영하면 돌봄 비용은 연간 2만 5,000달러를 넘어선다고 이 업체는 밝혔다.
왜 이렇게 많은 젊은 미국인들이 '샌드위치'가 되고 있나
Care.com의 전략성장 담당 부사장 질 맥나마라는 샌드위치 돌봄자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회적 흐름의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갖고 있는데, 이는 곧 집에 유아나 유치원생 자녀가 있을 때쯤이면 자신의 부모 역시 그만큼 나이가 들어, 실질적인 돌봄이 필요해지는 시기와 정확히 겹치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어린 자녀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고령의 부모가 같은 시기에 함께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이전 세대라면 시기가 어느 정도 분산됐을 상황이 이제는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챌린저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돌보고 있는 나이 든 부모들이 동시에 자신의 손주를 돌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연구에 따르면, 조부모의 거의 70%가 손주를 위해 어느 정도의 돌봄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시간은 연평균 500시간이 넘는데, 이는 풀타임 근무 12.5주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중 15%는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손주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챌린저는 "조부모에게 건강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두 개의 위기가 된다"고 말했다.
나쁜 시기가 아닌 때는 없지만, 지금은 특히 더 나쁜가
전문가들은 지금이 유독 최악의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 나이대는 한창 소득이 늘어나는 시기이며, 일찍 저축을 시작할수록 투자한 돈이 불어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충분해야 복리 효과, 즉 저축한 돈에 이자가 붙어 불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베이 알람 메디컬에 따르면 성인 자녀 돌봄자 10명 중 7명이 돌봄을 계속하기 위해 직장이나 커리어에 타격을 입었으며, 거의 3명 중 1명은 자신의 은퇴자금을 헐거나 저축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이러한 이중 돌봄 기간이 자신의 은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거의 20%는 자신이 완전한 은퇴를 아예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오히려 잘못된 접근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공인회계사이자 미클로스CPA의 창립자인 미클로스 링바우어는 "먼저 본인의 재정 상태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며 "이는 비행기에서 다른 사람을 돕기 전에 먼저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회사의 401(k) 퇴직연금에서 회사 매칭을 받을 수 있는 만큼은 납입한 뒤,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미국인들은 이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까
맥나마라는 위기를 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샌드위치 돌봄자들이 "어려운 대화를 위기 상황이 닥친 이후가 아니라, 그 전에 나이 든 부모와 미리 나누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요양 계획을 세우는 것이 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가 되는 사람들 중 약 70%가 어떤 형태로든 장기요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요양은 집이나 요양원 같은 시설, 혹은 어시스티드 리빙 같은 지역사회 기반 시설에서 일상생활 지원부터 더 복잡한 의료적 돌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돌봄을 포괄한다.
아웃룩 파이낸셜 센터의 투자자문사이자 세무사인 롭 버넷은 장기요양보험이 너무 비싸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소멸되는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하이브리드형 생명보험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런 고정비용형 보험은 돌봄 급여나 사망보험금 중 하나로 반드시 지급되기 때문에, 운 좋게 돌봄이 필요 없게 되더라도 낸 돈이 헛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돌봄자들이 직접 자비를 들여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시마스코 로펌의 조지프 프레사드 변호사는 메디케이드나 재향군인부(VA)를 통한 지원 프로그램 같은 정부 제도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맥나마라는 말한다. 돌봄자들은 "직장이 이 문제를 마치 드문 일인 것처럼 다루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전혀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점점 더 일반적인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들은 더 이상 이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챌린저는 기업들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운영의 문제"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자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근무시간을 줄여야 할 때, "그것은 곧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것이며, 그것도 대개 오랜 시간 공들여 키워낸 경험 많은 중견급 인재인 경우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유연성이야말로 고용주가 돌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나이 든 부모의 병원 예약은 9시부터 5시까지의 근무시간표를 봐주지 않는다. 아픈 유치원생 자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만약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샌드위치 돌봄자가 됐다면, 당황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맥나마라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필요는 없으며,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모든 것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우리 데이터에서 확인된 가장 큰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돌봄자의 84%가 더 일찍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그러니 '내 얘기인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시작할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Care.com은 샌드위치 돌봄자들이 석사급 사회복지사와 상담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노인돌봄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질문이나 도움, 응원을 나눌 수 있는 '@wearethesandwichgen'이라는 소셜 채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가족돌봄자연대(Family Caregiver Alliance)와 AARP 역시 나이 든 부모를 돌보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안내를 제공하고 있으며, '엘더케어 로케이터(Eldercare Locator)'는 각 지역의 관련 서비스와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연방 프로그램이다.
맥나마라는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도움을 요청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