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가 핵심 송유관을 폐쇄하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할 이란·걸프 국가 간 회담이 연기되면서 오늘(9월14일)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최고 108달러까지 올랐고, 미국 원유는 103달러를 찍었다.
이번 급등은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이 공격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중요성이 한층 커진 에너지 수송 경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열 척 안팎에 그치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11일(금) "예방 조치로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나 재가동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공격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또 다른 핵심 수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회담 연기다. 오늘로 예정됐던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호르무즈 관련 회의는 어제(9월13일) 일요일 오후에 갑자기 연기됐다. 오만 외무장관은 X에 "합의 도출을 위해" 회의를 미뤘다고 썼고, 이란은 사우디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 데이터 업체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은 13일 14척, 12일 12척, 11일 11척, 10일 9척에 그쳐 이란과의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원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휘발유 가격에 반영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오늘(9월14일) 미국 일반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4.31달러로 올랐다. 지난 2월 28일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휘발유 평균 가격은 45% 이상, 미국 원유 가격은 50% 이상 뛰었다.
특히 디젤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디젤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6.23달러를 기록했다. 트럭·선박·철도 운송 전반에 쓰이는 디젤은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최근 NBC 뉴스 인터뷰에서 "디젤 비용은 거의 모든 것에 스며든다"며 "농장 운영부터 식품 가격, 나아가 운송되는 모든 경제 활동에 추가 비용이 얹힌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디젤 가격이 앞으로 수개월간 "인플레이션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어제(9월13일) 이 문제에 직접 나섰다. 아일랜드 둔베그에서 열린 아이리시 오픈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며 "젤렌스키가 해야 할 한 가지는 러시아의 디젤 생산을 타격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표적은 공격하되 디젤은 건드리지 말라. 디젤 부족을 일으켜 세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ING 원자재 분석팀은 "올해(2026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규모와 강도가 커지면서 모스크바가 디젤 수출을 금지했다"며 "페르시아만 혼란에 이어 세계 시장을 더욱 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디젤 수출 금지는 9월 말 만료 예정이지만, ING는 "연장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디젤 가격은 6월 말 갤런당 4.77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긴장 고조로 30% 반등했으며, 연초 이후로는 75% 급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