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연금 '벼랑 끝' 임박…워싱턴은 여전히 안일

한때 먼 미래의 재앙쯤으로 여겨졌던 사회보장연금 지급액의 갑작스러운 삭감이 이제 다음 대통령과 향후 몇 년간 유권자들이 의회로 보낼 인물들이 당장 마주해야 할 현안이 됐다.

은퇴자들에게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재원인 신탁기금은 2032년 말이면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될 예정이다. 이는 의회와 대통령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62세 이상 수천만 명의 미국인과 가족을 잃은 뒤 유족연금을 받는 자녀 및 배우자들의 월 지급액이 20% 넘게, 평균 약 500달러씩 줄어든다는 의미다.

올여름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눈에 띄게 커졌고, 유력 공화당·민주당 인사들 사이에 해법을 마련하려는 연대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아직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연금 삭감을 막기 위해 발의된 여러 초당적 법안 중 어느 것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스티브 워맥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아칸소)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열차 충돌 사고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며 "빠르면 지금부터 6년 뒤에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물론 나는 지금 당장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혹은 최소한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를 다루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최대 규모의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에는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연금을 지키겠다는 원론적인 약속만 반복하고 있다.

톰 콜 연방하원 세출위원장(공화당·오클라호마)은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재임 시절 이 문제를 논의했던 일화를 전했다. 콜 의원은 트럼프에게 이 문제 해결을 촉구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올여름 기자들에게 "그는 '톰, 2기 임기 첫날부터 나는 이 문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가 바로 그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리즈 휴스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나 사회보장연금을 보호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지난여름 제정된 공화당의 대형 예산법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사회보장연금에 대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한시적 세액공제를 신설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의 리더십 아래 사회보장연금 지급액 삭감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2032년의 재정 절벽 문제를 트럼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급여세 인상, 수급 연령 상향, 일부 세금 재원의 주식시장 투자 허용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얽힌 이 정책적 난제에 뛰어들어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걸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다.

존 튠 상원 다수당 대표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다가오는 연금 절벽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으며, 의원들이 이를 막기 위해 발의한 어떤 법안도 추진하자고 촉구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올여름 민주당 고위 인사들로부터 두 공화당 지도부가 "사회보장연금을 지키기 위한 자신들의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일부 의원들은 유권자들에게 연금 절벽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해왔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올여름 한 행사에서 "여러분의 사회보장연금은 안전하다. 이건 받아 적어서 어머니께 가져다드려도 좋다"며 "우리가 늘 해왔던 대로, 일반회계에서 돈을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네디 의원의 주장처럼 고갈된 신탁기금을 재무부 자금으로 메우는 일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의회가 이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이달 들어 미국 공공부채가 40조 달러를 돌파했고 앞서 올해 초에는 국내총생산(GDP)마저 넘어선 상황을 감안하면 그런 자금 지원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은 인터뷰에서 케네디 의원 등이 취하는,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사회보장연금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포퓰리즘적" 접근 방식을 비판하며 "이런 정치가 바로 우리를 부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및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라이언은 사회보장 기여금 일부를 민간 저축계좌에 투자하고 은퇴 연령을 상향하는 등의 논쟁적인 개혁안을 추진한 바 있다.

라이언은 "안타깝게도, 부시 행정부 시절 우리가 개혁을 시도했을 때 실제로 개혁을 이뤄냈다면, 지금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에는 정치가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민주당 소속 어스킨 볼스와 공화당 소속 앨런 심프슨이 이끈 2010년 초당적 재정위원회의 위원이었지만, 완전연금 수급 연령 상향과 연금 산정 공식 변경, 더 많은 임금에 대한 과세 등을 포함한 위원회의 최종 제안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당시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폭넓은 재정 '그랜드 바겐'의 일환으로 사회보장연금 개혁을 추진하기로 한 합의에서 물러선 바 있다.

오늘날 사회보장연금 절벽은 그때보다 훨씬 가까워졌을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재정 상황도 더 악화됐다. 최근 몇 주 동안 시장 관계자들은 끝없는 재정적자가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이것이 차입 비용 상승과 '부채 악순환'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보장연금 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더 큰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향후 재정적자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어려운 절충안을 워싱턴이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필립 스웨이글 의회예산국(CBO) 국장은 인터뷰에서 "현재의 재정 상황, 즉 재정 궤도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상당히 폭넓게 공유되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보장연금에 대한 관심은 이것이 현실적인 정책 대안으로 옮겨가는 첫 번째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연금이 마지막으로 지급 불능 위기에 처했던 1980년대 초, 의회는 연금 삭감이 시행되기 불과 몇 달 전에야 해법을 마련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회가 이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을 개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고, 의회는 1983년 완전연금 수급 연령을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연금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등의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레이건 방식을 참고해, 콜 의원과 톰 수오지 하원의원(민주당·뉴욕)은 올여름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해 연금 삭감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뒤, 이를 의회에서 찬반 투표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상원에서도 빌 캐시디 상원의원(공화당·루이지애나)과 딕 더빈 상원의원(민주당·일리노이)이 주도하는 유사한 법안에 여러 공화당·민주당 의원들이 서명했는데, 두 사람 모두 올해 말 임기를 마치고 의회를 떠날 예정이다.

이 상원 법안의 발의자인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당·버지니아)은 인터뷰에서 "올해 11월 선출되는 상원의원들과 다음 대통령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점에 재임 중일 것"이라며 "그러니 2032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초당적 방안들에 대한 비판도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이달 민주당에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공화당이 "선출되지 않은 위원회를 통해 사회보장연금을 삭감하거나 민영화"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논쟁적인 세부 정책들을 다룬 다른 제안들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반세금 운동가 그로버 노퀴스트는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과 트럼프 지지 성향의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공화당·오하이오)이라는 이례적인 조합이 발의한, 최고소득층의 소득 전액에 대해 사회보장 급여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년간 비슷한 방안을 추진해온 브렌던 보일 하원의원(민주당·펜실베이니아)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사안이 트럼프의 후임을 뽑는 대선 경선 토론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든 싫든, 이 문제는 결국 다음 대통령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