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체감 물가 낮추기'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오늘(9월11일) 조 치올리 기자의 분석 기사를 통해, 모든 성인 미국인에게 5000달러의 '트럼프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이번 공약에 이례적으로 노골적인 조건, 즉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지켜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고 지적했다.
시기 자체는 절묘했다는 평가다. 지금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물가에 민감해져 있다.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 특히 주유소 기름값에서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240억 달러 아니고 1조2000억 달러, 이미 40조 달러 넘은 국가부채에 얹힌다
하지만 이 제안은 최근 몇 주간 채권 투자자들을 자극해온 대규모 정부지출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美 국채금리는 수년 만의 최고 수준이며, 1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5%에 근접하고 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재정 상황에 대한 관심 부족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가계를 위한 '물가 구제책'으로 포장된 이번 방안이 오히려 정부 차원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계산해보면, 미국의 성인 시민 2억4000만 명에게 각각 5000달러씩 지급하면 총 1조2000억 달러가 든다. 이는 이미 사상 최고치인 40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가부채 위에 고스란히 얹히게 된다.
정부지출이 정말 우려 대상이라면, 이번 행정부의 행보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현금 지급이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차입 비용 상승이 이미 물가에 민감해진 일반 미국인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 9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배당금 구상을 처음 꺼냈을 때 국채금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채권시장이 전 국민 대상 지급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채권시장의 '되레 역효과' 전례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물가 딜레마를 더 잘 보여주는 사례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최근 도입한 '국채 바이백(재매입)' 정책이 꼽힌다.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설계된 정책이었지만 정반대 효과를 낳았다. 투자자들은 재무부가 다루지 않은 문제, 즉 연방 재정적자에 여전히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즉흥적인 물가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재정 정상화라는 것이다.
아직은 '선거 공약'…재원·지급 대상 모두 불투명
현재로서는 '트럼프 배당금'이 실제 입법안이 아니라 선거 공약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실행하는 데 의회 승인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률 전문가와 의원들의 견해는 다르다.
누가 지급 대상이 될지, 언제 지급될지, 정부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런 구체성 부족은 발표 당시 국채금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이 계획이 실제로 추진력을 얻으면 투자자들의 계산법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5000달러 수표가 수백만 가구에 실질적인 물가 부담 완화가 되는 것은 맞지만, 그 돈이 유가를 낮추거나 정부의 차입 필요성을 줄이거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 세 가지 우려 모두를 키울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주한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빠른 물가 대책이 오히려 그 근본 문제를 풀기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