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정 등록 의혹을 이유로 오바마케어(ACA·건강보험개혁법) 가입자 76만 명을 공공 의료보험 거래소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은 어제(9월22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조치로 22억 달러(약 3조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정부 사기 근절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으며, 이날 회견에는 메흐메트 오즈 박사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 국장 등 행정부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보조금 수령 자격 여부 검증 안 됐다"

JD 밴스 부통령은 약 31만 5천 건의 등록이 취소되며 총 76만 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입자의 수급 자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또한 추가 41만 9천 건에 대해서도 자격 검증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의료보험 가입을 중개하는 에이전트와 브로커에 대해 6개월간 신규 등록을 중단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당국은 이들이 적발된 사기 행위의 상당 부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026년 초 기준 미국 내 ACA 의료보험 마켓플레이스 가입자는 약 1,920만 명이다. 가입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구조계획법(ARPA)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 "절차 투명성 의문"…야당 "최악의 의료 위기"

일부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수십만 명을 탈퇴시키는 기준과 절차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조사 비영리단체 KFF의 신시아 콕스 부사장은 "부정 등록자의 가입을 취소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이번에 사용된 절차가 적절했는지, 탈퇴된 사람 모두가 실제로 부정 등록자인지는 짚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콕스 부사장은 이번 조치가 일반적인 규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CMS에서 부국장을 지낸 엘런 몬츠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사기꾼을 겨냥해 잘 한 부분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발표에 탈퇴 대상자를 선별한 기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일부 가입자들이 '왜 내 보험이 취소됐냐'고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일부 등록 건이 사회보장번호나 이민 서류 없이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보험료는 폭등…중간선거 앞 정치적 부담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고물가·의료비 급등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의료비 부담 문제는 올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서 ACA 보험료는 많은 가입자에게 큰 폭으로 올랐다. 공화당이 바이든 시절 코로나19 보조금 연장에 반대한 결과, 공화당 주도 의회가 올해 보조금 만료를 허용하면서 일부 가입자의 보험료는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치솟았다. 이에 수백만 명이 더 저렴한 플랜으로 갈아타거나 아예 프로그램을 탈퇴했다.

미국 정부책임처(GAO)는 앞서 ACA 선불 보험료 세액공제 제도에 사기 위험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그 규모는 불분명하다. GAO가 2024~2025년 가상의 신청자를 이용해 실시한 테스트 결과, 연방 마켓플레이스는 24개의 허위 신청 건 거의 전부에 보조금 보험 가입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하원 세입위원회 간사인 리처드 닐(매사추세츠) 의원은 "공화당은 이미 역대 최악의 의료 위기를 만들어냈다"며 "보험료를 폭등시키고 행정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보험 자체를 통째로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