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는 오랫동안 중소기업청(SBA)을 통해 소기업들에게 각종 기회를 제공해온 전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338개 업종 및 업종군에 대해 '소기업'의 정의를 바꾸는 새로운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큰 기업들도 소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게 된다.

SBA의 그동안 역할

이번 상황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전에,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SBA 자체 기록에 따르면 이 기관은 "미국의 힘이 최전선의 전투 인력뿐 아니라 국내의 공장, 농장, 노동자들에게도 달려 있다는 인식" 아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재임 시절 창설됐다.

원래 목적은 참전 군인들이 소기업을 창업해 전쟁 중 익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후 이 지원 대상은 모든 창업자로 확대됐다.

소기업에 대한 단일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SBA는 "경쟁 정도, 평균 기업 규모, 창업 비용과 진입장벽, 규모별 기업 분포 등 업종의 구조를 이루는 경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또한 기술 변화, 업종 간 경쟁, 성장 추세, 해당 업종의 과거 활동 이력 등도 함께 살핀다.

소기업이 중요한 이유

아이젠하워 시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충격 이후 사람들을 다시 일터로 복귀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수백만 명의 귀환 군인들이 일자리 없이 방치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뇌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기업이 중요한 이유는 창업자들에게 할 일을 준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SBA에 따르면 미국의 소기업 3600만 곳은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를 창출하고, GDP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전체 민간기업의 99%를 구성한다. 소기업은 미국 경제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또한 소기업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상원 중소기업·창업위원회에 따르면 소기업은 혁신과 연구의 중요한 원천이기도 하다. 소기업은 직원 1인당 특허 생산량이 대기업이나 대학보다 16배 많으며, 미국 과학자·엔지니어의 거의 40%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소기업은 종종 성장해 더 큰 기업이 되고, 대기업들이 더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압박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취지에서 연방정부 조달 지출의 23%는 공식적으로 소기업으로 지정된 업체에 배정되도록 되어 있다.

이번 조치의 명분과 실상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소기업 자격 요건인 매출과 직원 수 기준을 상향하는 데 찬성해왔다. (아마도 이들은 특별 지위에서 배제되기 전까지 좀 더 성장할 여지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제안된 기준 상향은 소기업들이 연방정부의 지정 계약과 대출을 놓고 훨씬 규모가 큰 대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게 만들어, 원래 소기업들이 받아야 할 지원과 관심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일부 업종, 예를 들어 금융투자 서비스 업종에서는 기업이 최대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거나 직원 3000명 이상을 고용해도 소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일부 상장기업보다도 큰 규모"라며 "현재 대부분 업종에서 가장 높은 기준은 연매출 4700만 달러 이하 또는 직원 수 1500명 미만"이라고 전했다.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종에서는 현재 2550만 달러인 매출 상한선이 2억52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매출 3400만 달러로 제한된 카지노 업종도 최대 7억4400만 달러까지 소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SBA는 2010년 이후 5년마다 기업 규모 기준을 재검토해왔지만, 그동안의 조정은 대체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쳤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SBA에서 정책·기획·연락 담당 국장을 지낸 샘 리는 뉴욕타임스에 "이것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 기준 변경이며, 이 점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켈리 로플러 SBA 청장은 엑스(X)에 "오늘 SBA는 업종 분류를 대폭 단순화하고 적용 가능한 규모 기준을 상향하는 포괄적인 소기업 규모 기준 개편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은 엑스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소기업청(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을 대기업청(Big Business Administration)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 규정은 수십억 달러 규모 기업들에게 연방 자원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진짜 소기업들의 기회를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행정부는 이제 골목상권을 향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