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대한 인상"… 5년째 목표 웃도는 인플레에도 트럼프 "연준 금리 인상은 정치적"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어제(9월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를 25bp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실을 발표한 이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좌충우돌하면서 케빈 워시 의장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한마디로 자신을 겨냥한 공격이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너무 오래 높았다"… 독립성 우려 불식
이번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요구해 온 인하 방향과 정반대다. 취임 전 백악관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샀던 케빈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수준에 너무 오래 머물러 왔다며 FOMC의 결정을 지지했다.
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물가상승률을 연준의 이상적 목표치인 2%로 되돌리겠다는 케빈 워시 의장의 다짐은, 연준이 법적으로 보장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심하던 이들을 어느 정도 안심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케빈 워시 의장 대신 이사회 겨냥… "그들은 정치인"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이 지명한 케빈 워시 의장을 옹호하면서도 FOMC의 다른 투표 위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인상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케빈 워시 의장이 다른 이들이 앉힌 매우 까다로운 이사회를 상대하고 있으며, 현재 금리는 지나치게 높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 의장에게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테니 이사회와 같은 방향으로 투표하라고 조언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매우 적대적이고 정치적이며, 정치인이거나 정치인이 앉힌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전임 제롬 파월 의장이 겪었듯 대통령의 경멸보다는 지지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대통령의 노골적 개입 발언은 연준이 정치권이 아닌 경제와 국민을 위해 행동하고 있음을 시장에 설득하려는 케빈 워시 의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워낙 좋아 높은 금리를 뚫고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사상 최고의 경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오직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이번 결정을 "트럼프에 대한 인상"이라고 규정했다.
중간선거 앞두고 물가 3.4%… 유권자 최대 관심사는 경제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4%다. 중동에서의 미국-이란 충돌로 촉발된 유가 공급 충격이 일부 원인으로 꼽힌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최근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경제(29%)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생활물가 문제(15%)가 뒤를 이었다.
예고된 인상… 고용 견조, 물가는 정체
연준의 블랙아웃 기간 탓에 케빈 워시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FOMC 회의 전후로 대화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9월 인상 신호는 이미 상당 기간 나와 있었다.
연준의 양대 책무(물가 2%, 최대 고용) 가운데 우선순위는 분명했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8월 미국 경제는 16만2천 개의 일자리를 추가했고 실업률은 4.1%로 유지되는 등 고용은 비교적 견조했다. 반면 케빈 워시 의장이 지적했듯 물가상승률은 5년 넘게 2% 이하로 내려온 적이 없다.
온건한 비둘기파로 분류되다가 인플레이에 대한 우려로 최근 매파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되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이달(9월) 초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는 안정적이지만 과열 위험 쪽으로 기울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몇 년간의 진전 이후 정체되다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고무적인 지표 하나와 무난한 지표 하나가 나왔지만 여전히 과제는 인플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금리 트레이더와 월가 애널리스트, 의회 정치인 대다수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시장은 '발언'보다 '정책'을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케빈 워시 의장에게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의장이 확신과 합의가 아닌 '어차피 안 되니' 인상에 표를 던졌다는 식의 메시지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은 실제 정책 행동이 뒤따르기 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흘려듣는 경향을 보여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