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떠다니는 집을 표방하며 세계 일주에 나섰던 미국의 주거형 크루즈선이 연료비 급등을 이기지 못하고 캄보디아에서 항해를 전격 중단했다. 수백 명의 승객들은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게 됐다.
3년짜리 세계 일주 꿈, 2년 만에 좌초
문제의 선박은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빌라 비 레지던스(Villa Vie Residences)가 운영하는 MV 오디세이(Odyssey)호다. 2년 전 출항한 이 크루즈선은 7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바다 위 장기 거주'와 '글로벌 여행'을 결합한 3년짜리 세계 일주를 표방하며 승객을 모집했다.
오디세이호는 10월 2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Sihanoukville) 항구에 5일 일정으로 입항했다. 이후 베트남으로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28일 현재까지 항구에 머물고 있다. 운항사는 결국 항해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연료비 3~4배 폭등
항해 중단의 핵심 원인은 연료비의 급격한 상승이다. 빌라 비 레지던스에 따르면 객실당 월 연료비가 역사적으로 평균 1,800달러 수준이었으나, 이란 전쟁의 여파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최근 6,000~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운항사는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항해 속도를 낮추고 항구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시도했지만, 폭등한 연료비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발생하는 운영 손실을 계속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급증한 비용을 승객에게 전액 전가하는 것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구조 조정을 추진하는 동안 승객, 선원, 직원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개 국적 203명 승객, 졸지에 집 잃어
오디세이호에는 미국인을 중심으로 15개 국적의 승객 203명과 선원 156명이 타고 있었다. 선박의 최대 수용 인원은 650명이다.
승객들은 선박에서 내리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이며, 선원들의 향후 처우는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세이호는 2027년 11월까지의 확정 일정을 갖고 있었으며, 운항사는 2029년 초 두 번째 주거형 크루즈선을 취항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항해 중단 성명에서는 두 번째 선박의 향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주거형 크루즈선은 일반 크루즈 여행과 달리 승객들이 객실을 장기 거주지로 삼아 수개월~수년간 배 위에서 생활하는 개념이다. 오디세이호는 전 세계를 돌며 거주·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을 중심으로 승객을 유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