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던 동부 버지니아 주 남성이 북한 IT 인력을 미국 기업에 취업시켜 그 임금을 북한 군사 프로그램에 유입시킨 공모에 가담했음을 인정했다.

버지니아 동부지방 연방검사실은 존 앨런 쿠를 주니어(62세)가 전신사기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쿠를의 유죄 인정은 미국 연방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에 관여한 10명과 1개 단체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 날과 같은 날인 지난 28일 수요일 이뤄졌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별도의 성명에서 "북한 정권은 해외 IT 요원들을 통한 사기 행위로 미국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표적 삼아 착취하고 있으며, 이들은 민감한 데이터를 무기화하고 기업들을 협박해 거액을 갈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밀 취급 인가를 이용한 조직적 사기

법원 문서에 따르면 쿠를은 지난해(2025년) 6월부터 10월까지 1급 비밀(Top Secret) 취급 인가를 보유하며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검찰은 이 기간 동안 쿠를이 자신의 신분과 본인도 모르는 다른 피해자의 신분을 도용해 외국인들이 원격 근무직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피해 기업에는 미국 정부 계약업체들도 포함됐으며, 총 9건의 지원이 미국 내 취업으로 이어졌다.

또한 쿠를은 피해 기업들이 발급한 노트북을 워싱턴 D.C. 교외 게인즈빌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배송받아, 해외 북한 인력이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설정함으로써 마치 국내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쿠를은 유죄 인정서에서 자신이 취업을 도운 인력의 임금이 결국 북한 정부에 귀속된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의 변호인인 네이트 웬스트럽 연방 공선 변호사는 "쿠를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인정했으며, 정부도 성명서에서 그가 공모에 가담하는 동안 북한과의 연관성을 알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쿠를은 2027년 1월 28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으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북한, IT 인력으로 수억 달러 조달

버지니아 연방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전 세계 수천 명의 IT 인력을 원격 근무직에 취업시켜 정부 수입을 올리고 국제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 정부의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재무부는 북한이 가짜 서류, 도용된 신분, 허위 인물을 활용해 미국과 우방국 기업들에 IT 인력을 몰래 취업시킨 후 임금의 대부분을 착취해 수억 달러를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법으로 북한은 2024년 한 해에만 약 8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무기 프로그램 자금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또 "이 같은 네트워크는 정교한 암호화폐 거래, 자금세탁 기법, 인공지능(AI) 도구 등 신기술을 활용해 북한 정부를 위한 수백만 달러를 조달·이전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장 취업한 북한 IT 인력들이 기업 네트워크에 접근해 악성코드를 심고 민감한 데이터를 탈취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재무부 제재를 받은 대상에는 러시아에 거점을 둔 북한 통제 단체와 그 소속 IT 인력 6명, 러시아 기반 별도 북한 IT 파견단을 이끄는 북한 국적자 2명, 불법 금융 거래를 중개한 러시아 국적자 1명이 포함됐다.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이유로 2003년부터 유엔 제재를, 2016년부터는 미국의 무역·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