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격변했다. 그 여파로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석 달 만에 갤런당 2.94달러에서 4.35달러로 치솟았다. 주유소마다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으로도 모자라는 시대가 됐다.

이론적으로 이보다 완벽한 전기차 전환의 계기는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정반대였다.

기름값은 올랐지만,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줄었다

올해 3~5월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Sun Commercial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2026년 첫 9개월 동안 무려 30.7% 급감했다.

숫자만 보면 미국인들이 기름값이 올라도 전기차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미국인들은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살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결정적 원인 1: 세금 혜택 7,500달러 사라졌다

먼저 정부 정책이 바뀐 것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2025년) 7월 서명한 세금·지출 법안으로 전기차 구매 연방 세금 공제가 폐지됐고, 2025년 9월 30일이 마지막 혜택 적용 기한이었다.

Yahoo Finance는 그 결과 전기차 판매 점유율이 세금 공제 혜택이 끝나기 직전인 2025년 9월 역대 최고치 12%를 기록했다가, 올해 2026년 1월에는 6%로 반 토막이 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신차 전기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54,754달러로, 모든 신차 평균 50,089달러보다 비싸다. 7,500달러 세금 공제는 이 격차를 줄이는 결정적 역할을 해왔는데, 그것이 사라진 것이다.

결정적 원인 2: 팔 차가 없다

그래도 전기차 수요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Cars.com에 따르면 유가가 급등한 달 이후 사이트 내 전기차 검색량이 25% 급증했다. 문제는 딜러들에게 팔 차가 없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후퇴로 EV 생산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고, 그 와중에 유가 급등으로 수요가 폭발하자 새 전기차 재고 공급 일수가 올해 1분기 130일에서 8월에는 78일로 급감했다.

전기차 신차 할인 폭도 줄어들었다. 2월에 정가 대비 9.8% 할인으로 팔리던 전기차가 4월에는 6.6%, 6월에는 4.7%로 할인 폭이 계속 줄었다. 재고 처분이 아니라 수요 증가를 시장이 반영한 것이다.

한 연구 분석은 이를 간결하게 정리한다. "유가 충격에 대한 반응은 공급에 의해 결정됐다. 판매 실적은 의도적인 재고 결정의 결과였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부담 가능한 전기차를 매장에 갖다 놓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샀다."

결정적 원인 3: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역주행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 공제 폐지에 이어 올해 2월에는 캘리포니아·콜로라도·일리노이·미네소타주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 지원금 1억 3,500만 달러를 중단시켰다. 관리예산처(OMB)는 교통부에 2,600개 이상의 충전소 지원 사업 취소를 지시했다.

9월 28일에는 개솔린차에 대한 연비 기준을 완화하는 새 규정이 발표됐고, 2028년부터는 연비 기준을 초과 달성한 자동차 제조사(주로 전기차 업체)가 기준 미달 업체에 크레딧을 판매하는 제도도 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유세 행사에서 전기차 충전 걱정을 "병(Disease)"이라 부르며 전기차 운전자들을 "미쳤다(Crazy)"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는 달랐다

순수 전기차(BEV)가 고꾸라지는 동안 하이브리드는 약진했다. 올해 3~5월 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유가 급등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것은 하이브리드였다. 충전 인프라 걱정도, 보조금 폐지의 충격도 없이 연비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 전기차 시장도 들썩

신차 공급이 줄자 중고 전기차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새 전기차가 공급 부족 상태에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고 전기차 가격이 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기름값이 내리면?

연방에너지정보청(EIA)의 9월 전망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2026년 평균 3.84달러, 호르무즈 해협 유통이 회복되면 2027년에는 3.35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안정되면 전기차 전환의 심리적 압박도 줄어든다. 게다가 연방 보조금 폐지, 연비 기준 완화, 중국산 기술 금지 등 일련의 정책이 미국에서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기 더 어렵게 하고 있어, 미국인들이 원하는 전기차와 실제로 살 수 있는 전기차 사이의 간극은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 기조 아래 자동차 구매자들은 차량 수명 기간 동안 연료비로 약 1,600달러를 더 지출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저도 현재보다 훨씬 낮은 유가를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이처럼 미국인들은 전기차를 외면한 것이 아니다. 살 수 없도록 만든 정책이 시장을 거꾸로 돌려놓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