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붐, '주택'에서 '데이터센터'로… 미국 투자 지형 대전환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부총재 "미국 경제의 역사적 전환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미국 경제의 투자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수십 년간 미국 민간 투자의 핵심 축이었던 주거용 부동산 투자가 컴퓨터·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주택 투자 첫 추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애덤 샤피로(Adam Shapiro) 부총재는 최근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미국 경제에서 중대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투자의 흐름이 주거용 부동산에서 컴퓨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이 지난달 8월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민간 주거 고정투자는 7,480억 달러(약 1,010조 원)를 기록한 반면, 데이터센터와 컴퓨터 하드웨어를 포함한 정보처리 장비 투자는 7,520억 달러(약 1,015조 원)로 사상 처음으로 주택 투자를 앞질렀다. 샤피로 부총재는 "AI 투자 붐의 규모가 '엄청나다(massive)'"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주거 투자는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AI 투자는 금리 수준에 비교적 덜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AI 투자 속도, 주택 붐의 두 배

AI 관련 설비 투자(Capex)의 팽창 속도도 가파르다. 데이터센터 자본 지출은 2025년 GDP 대비 1.4%에서 2027년 3.1%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간 약 0.85%포인트씩 증가하는 셈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은 "AI 사이클이 가장 가팔랐던 시기의 주택 붐보다 거의 두 배 빠른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클라우드·AI 기업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들의 자본 지출은 향후 12개월간 약 9,160억 달러(약 1,237조 원), 그다음 해에는 1조 2,000억 달러(약 1,6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6사, 2027년까지 1.3조 달러 쏟아붓는다

S&P 글로벌은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스페이스X 등 6개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 지출 합계가 2027년 **1조 3,000억 달러(약 1,755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이 6개사 모두 2026년과 2027년에 잉여 영업현금흐름(Free Operating Cash Flow)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현금 흐름 회복은 2029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AI 투자의 수익화 가능성, 수요의 지속성, 공급 과잉 위험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투자 대비 수익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는 시점을 2028년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시각: 기회인가, 위험인가

이번 투자 전환은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부동산에서 디지털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막대한 선행 투자에 비해 수익 실현이 수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적지 않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샤피로 부총재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표현한 이 변화가 미국 경제에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투자 과잉의 전조가 될지는 향후 AI 기술의 상용화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