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투표일이었던 어제(11월3일) 화요일, 이스라엘에 대한 연간 4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올해(2026년)를 끝으로 중단하기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다만 무기 판매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당일 깜짝 발표의 배경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폭스 앤 프렌즈'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더 이상 이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 몇 달 전 네타냐후와 올해 말까지 지원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필요하다면 돕겠지만 돈을 주는 것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공화당이 의회 장악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중간선거 당일에 나왔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트럼프 본인도 이번 발표가 민주당에게 유리한 선거 쟁점을 없애기 위한 것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미시간 주 민주당 상원 후보 압둘 엘-사예드 같은 사람들이 이스라엘 지원을 공화당 공격에 쓰는 나쁜 카드를 빼앗고 싶었다"고 말했다. 엘-사예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될 수 있는 후보로 이스라엘 무조건 군사 지원에 반대해왔다.

분석가들은 이번 발표의 타이밍 자체가 선거용 계산이라고 봤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앨터먼은 "왜 하필 선거 당일인지,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대규모 군사 타격이 며칠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시점에 발표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약 한계와 법적 불확실성

발표의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장벽이 있다. 현행 美·이스라엘 양해각서(MOU)는 연간 38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2028년 9월까지 보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각서를 어떻게 종료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또한 2020년 의회가 관련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실제 자금 집행을 중단하려면 상하원이 매년 세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된다.

통신사인 로이터는 백악관과 네타냐후 총리실 모두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진.

이스라엘·미국 각계의 엇갈린 반응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즉각 반응이 나왔다. 네타냐후 정권 교체를 추진 중인 가디 아이젠코트 야권 연대 대표는 X(구 트위터)에 "안보 당국과 이스라엘 국민이 전략적 관계 틀의 변화를 언론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네타냐후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인지를 보여준다"며 "더 이상 그에게 의존할 수 없다.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CNN에 "정말 불편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 로 카나 캘리포니아 주 연방하원의원은 X에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이스라엘 지원 제로'가 의제가 될 것"이라고 썼다.

이스라엘 지원, 더 이상 초당적 합의 아냐

이번 발표는 수십 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초당적 기반이었던 이스라엘 지원이 급격히 정치적 쟁점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퀴니피악 대학교 6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이스라엘을 너무 지지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8%,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66%에 달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높아진 결과다.

한편 이란과의 전쟁이 8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이 치솟고 트럼프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층인 MAGA 운동 내에서도 이스라엘이 미국을 쉽게 이길 수 없는 이란 전쟁으로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10월 27일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과반 확보에 실패해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장기 협상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트럼프의 발표가 이스라엘 정치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