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정유시설 차질에 경유 갤런당 5.85달러

미국 여름 휴가철의 마지막 연휴인 노동절을 맞아 미국 내 연료 가격이 역대 노동절 연휴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섯 달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으로 세계 원유 흐름이 막힌 데다 정유시설 가동 차질까지 겹친 탓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연휴 직전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14달러로, 지난해(2025년) 같은 시기(3.20달러)보다 1달러 가까이 높았다. 종전 노동절 연휴 최고 기록인 2012년의 3.82달러도 크게 웃돈다. AAA는 노동절에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경유는 지난 4일(금) 전국 평균 5.8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 급등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시작돼 지금까지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급감했고, 이란은 해협 재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톰 셍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 에너지금융 교수는 "모든 지표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델라웨어주 클레이몬트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니콜 콜린스 씨는 올여름 기름값 때문에 주말 여행을 대부분 포기했다며 "기름값이 정말 비싸다. 아기까지 있어서 더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99달러였다.

휘발유 전국 평균은 2022년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5.02달러)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러나 경유는 사정이 다르다. 트럭 등 화물 운송에 경유가 대량으로 쓰이는 만큼 운송비 상승분이 식료품 가격과 택배 요금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통상 여름 운전 시즌이 끝나고 정유사들이 값싼 겨울용 배합으로 전환하면 휘발유 가격은 하락한다. 하지만 톰 셍 교수는 올해는 중동 정세 외에도 변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유시설은 텍사스의 이례적인 폭염 속에서 가동률 98%로 운영되고 있어, 설비 고장이나 허리케인으로 일부가 멈추면 가격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급 압박은 중동에 그치지 않는다. 매슈 메츠거 UNC 샬럿 경제학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어 경유 공급이 줄었고, 중국 정유업체들의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정유시설에서 나오는 휘발유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은 어제(9월6일) ABC '디스 위크'에 출연해 지난해(2025년) 노동절보다 가격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증산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11월 인도분 휘발유 선물 가격이 현재보다 약 35센트 낮다는 점을 들어 "시장은 휘발유 가격이 의미 있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슈 메츠거 교수는 개인 운전자가 지정학적 요인을 바꿀 수는 없지만, 가격 비교 앱을 활용하면 특히 장거리 여행에서 고속도로변 주유소보다 갤런당 10~15센트가량 아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