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주요 대형 은행들이 고객의 정치적·종교적 견해를 이유로 금융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계좌를 폐쇄했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9개 대형 은행 모두 문제 정책 보유”
OCC 청장 조너선 굴드는 어제(10월14일) 수요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미국 최대 은행들이 고객과 합법적 사업체에 서비스를 거부하고, 계좌를 폐쇄하며, 차별을 자행했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금융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접근은 구호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OCC가 조사한 9개 은행은 다음과 같다.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웰스파고, US뱅크, 캐피탈원, PNC은행, TD은행, BMO은행 등 미국 9대 대형은행들이다.
OCC는 2020년부터 2025년 9월 사이 이 9개 은행 모두가 고객의 정치적·종교적 신념이나 합법적 사업 활동을 이유로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정책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47페이지 보고서에 담긴 구체적 사례들
OCC의 47페이지 분량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담겼다.
- 2021년 2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한 은행 산하 결제 처리 업체가 트럼프 대통령 및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브랜드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의 계좌를 폐쇄했다.
- 2023년: 한 은행이 민주당 후보만을 지지하는 정치 조직이라는 이유로 한 공교육 단체에 금융 서비스 제공을 거부했다.
- 2025년 이전: 한 은행의 사업부는 '당파적 활동'에 관여하는 사업체를 잠재적으로 높은 평판 리스크로 분류했으며, '초당파적'으로 분류된 단체들은 서비스를 받은 반면 특정 헌법적으로 보호된 견해를 표명한 단체들은 서비스를 거부당했다.
보고서는 또한 은행들이 석유·가스 탐사, 석탄 채굴, 총기·탄약 제조·유통, 구치소·수용시설 운영, 담배·전자담배 제조·유통, 디지털 자산 관련 업종에 대해서도 금융 서비스를 제한하는 비공개 정책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행정명령 이후 시작된 조사
이번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8월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행정명령은 대형 은행들이 정치적·종교적 신념이나 합법적 사업 활동을 이유로 미국인의 금융 서비스 접근을 거부하거나 제한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OCC는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규제 대상 은행들에 접수된 약 10만 건의 민원을 검토하고, 은행들로부터 약 5만 건, 약 42만 페이지 분량의 정책·절차·개별 고객 결정 관련 문서를 제출받았다.
공화당 "역대급 폭로"…의회도 움직인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팀 스콧 연방상원의원(공화·사우스 캐롤라이나)은 이번 보고서를 "충격적"이라고 평가하며 "신앙이나 정치를 이유로 미국인의 계좌를 막는 것은 비미국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콧 의원은 의회 복귀 후 이 문제를 은행위원회에서 더 깊이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앤디 바 연방하원의원(공화·켄터키)은 이날 OCC와 면담 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금융 규제 당국이 주도한 정치적 동기의 탈뱅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앤디 바 하원의원은 연방 은행 감독기관이 규제 과정에서 '평판 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FIRM법(금융 건전성 및 규제 관리법) 발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자신이 탈뱅킹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으며,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회고록에서 수십 년 거래해온 은행에서 본인 계좌가 폐쇄됐고 이후 배런 트럼프도 1·6 사태 이후 계좌 개설을 거부당했다는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
은행들의 반응
JP모건 체이스는 성명을 통해 "당사 정책은 정치적·종교적 견해를 이유로 고객을 차별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규제 환경이 은행들의 판단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문화를 조장해온 것은 사실이며, 이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웰스파고는 논평을 거부했고, BMO은행은 은행정책연구소(BPI)를 통해 "금융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지지하며 행정부 및 의회와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US뱅크, 캐피탈원, PNC은행, TD은행은 언론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