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 급증에 투자자들, 더 높은 수익률 요구
- 투자자들, 재원 조달이 필요한 미국 부채 규모 자체에 우려
- 지난주 국채 입찰에서 높은 금리가 시장의 이목 집중
- 국채 수요는 여전히 견조… 매수 거부(바이어스 스트라이크) 조짐은 없어
미국 국채 입찰에서 지속되고 있는 높은 금리가 부채 차환과 향후 재정적자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차입 수요를 흡수하는 대가로 더 큰 보상을 요구하면서, 이들이 앞으로도 미국 국채 매입을 계속 이어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수년간 조달해야 할 차입 규모 자체가 투자자들의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사상 최고치인 40조 달러에 근접하고 있으며, 재정적자 규모도 여전히 큰 상태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 샬럿 소재 크레디트 사이츠(Credit Sights)의 거시·투자등급 전략 담당 책임자 재커리 그리피스(Zachary Griffiths)는 "현재 전반적인 시장 환경은 재무부가 차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커리 그리피스는 "만약 앞으로도 GDP 대비 5~6% 수준의 재정적자를 계속 이어간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는 여러 요인 중에서도 재정 리스크 프리미엄과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진행된 두 차례의 국채 입찰 금리는 특히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10년물 국채 입찰은 낙찰금리 4.683%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0년물 국채 입찰은 5.216%로 마감돼 2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수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음에도 국채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요인들, 즉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되는 재정적자, 늘어나는 국채 발행 물량은 동시에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보상 수준도 함께 높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 버윈 소재 브린 모어 트러스트(Bryn Mawr Trust)의 채권 부문 책임자 짐 반스(Jim Barnes)는 "국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문제는 단지 '어느 금리 수준에서' 수요가 나타나느냐"라며 "10년물이 5%에 근접하고 30년물이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 무위험 자산인 국채를 찾는 매수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번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금리 상승세
올해 들어 장기 국채금리는 대규모 차입, 견조한 경제 성장, 끈질긴 인플레이션, 그리고 정부 차입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국채 발행 물량이 자본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제 정부가 일시적인 재정 공백을 메우는 수준을 넘어, 구조적으로 대규모 재정적자와 차입 수요를 안고 있는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픽테 자산관리(Pictet Wealth Management)의 채권 전략 책임자 로렐린 르노-샤틀랭(Laureline Renaud-Chatelain)은 "우려스러운 몇 가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규모 재정적자 등이 부분적인 원인이 돼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만기가 긴 채권을 보유하는 데 대해 투자자들이 추가로 요구하는 보상을 의미한다.
르노-샤틀랭은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재무부가 앞으로도 국채 발행을 수익률곡선상 단기물 쪽으로 더 치우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정적자 확대와 이자 지급 부담 증가로 미국의 차입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무부는 단기채 발행을 늘려왔고, 이는 머니마켓펀드(MMF)들에 의해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이번 30년물 국채 입찰이 특히 시장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장기 국채가 향후 인플레이션, 재정 지속가능성, 정부 부채 발행 물량에 대한 우려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OCBC은행의 외환·금리 전략 책임자 프랜시스 청(Frances Cheung)은 이번 입찰 결과가 "장기 만기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진행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감지됐다. 해당 입찰에서는 외국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를 포함하는 '간접입찰자(indirect bidders)'의 참여가 견조했지만, 연방정부는 입찰을 완료하기 위해 여전히 4.7%에 근접한 금리를 제시해야 했다.
매수 거부 조짐은 없어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 차입 비용이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을 맴도는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서 전면적으로 이탈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장기적인 부채 의무를 지고 있는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30년물 무위험 자산에서 명목수익률 5.3%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해밀턴 캐피털 파트너스(Hamilton Capital Partners)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알론소 무뇨즈(Alonso Munoz)는, 다수의 국채 매수 주체들이 다른 투자 기회와 무관하게 정부 부채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투자 지침(mandate)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해외 매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조달하는 데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반복적인 우려 속에서, 해외 수요 동향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로 남아 있다. 지난주 입찰 지표에서는 급격한 이탈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국채금리가 일본을 비롯한 다른 여러 선진국 시장의 금리보다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채 보유에 대한 유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찰 결과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 즉 재정·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맞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국채를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현재 적극적으로 국채를 팔고 있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밝혔다.
오히려 이번 입찰은 시장이 여전히 원활하게 기능하고 있지만, 연방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다시 책정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홍콩 소재 L&G 자산운용(L&G Asset Management)의 아시아 투자전략 책임자 벤 베넷(Ben Bennett)은 "투자자들은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재정적자를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