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현역 의원이 24번째 임기를 노리고, 93세 상원의원은 아직도 의사당을 지킨다. 미국 정치에서 젊은 피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장벽들이 도사리고 있다.

24선 도전하는 88세 의원…미국 '노인 정치'의 현주소

켄터키주 5선거구를 1981년부터 대표해온 공화당의 할 로저스(Hal Rogers) 의원은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무려 24번째 임기에 도전한다. 올해 88세인 그는 로널드 레이건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날 밤 함께 당선된 인물로, 현재 하원 최장수 의원이다. 올해 경선에서 그가 꺾은 상대 중 한 명은 그보다 60세나 어린 후보였다.

로저스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0세,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82세에 퇴임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나이에 물러났다. 척 그래슬리(Chuck Grassley) 상원의원은 93세로 아직 현역이다. 그가 정계에 입문한 건 알래스카와 하와이가 미국의 주(州)가 되기도 전인 1958년의 일이다.

하원의원 평균 연령은 58세, 상원의원은 65세다. 미국 전체 국민의 중위 연령인 39세와 큰 괴리가 있다. 국제의원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 연구에 따르면, 비교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미국은 45세 미만 의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돈이 전부"…청년 후보 앞에 놓인 높은 벽

27세의 공화당 후보 라일리 오언(Riley Owen)은 이번 선거에서 의회 입성에 도전하는 Z세대(20대 초반 이하) 후보 중 한 명이다. 유타주 신설 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유급 출산휴가, 의원 주식 거래 제한, 환경 정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그의 선거 캠프는 중반까지 약 15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는 51세의 민주당 상대 후보 벤 맥아담스(Ben McAdams·전직 의원)가 모금한 260만 달러의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언은 "정치에서는 돈이 진짜 힘"이라면서도 "정치도 산업과 마찬가지로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 장교와 백악관 정책 분석관 경력을 가진 그는 "젊다고 해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왜 정치에 등 돌리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18~34세 젊은 층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특히 강하다. 이 연령대의 62%가 선출직 공무원 중 정직한 사람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는데, 이는 50세 이상(4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퓨가 조사한 25개국 중 청년층의 정치인 불신이 미국보다 강한 나라는 그리스뿐이었다.

선거 참여율에서도 세대 간 격차가 뚜렷하다. 2024년 대선에서 30세 미만 유권자는 전체 투표 가능 인구의 20%를 차지했지만, 실제 투표 참여 비율은 15%에 그쳤다.

런던 왕립할러웨이 대학교의 제임스 슬로암(James Sloam) 교수는 "젊은이들이 정치 참여를 하지 않으면, 대표자도 나오지 않는다"며 악순환 구조를 지적했다. 또한 "오늘날 젊은이들은 정치 외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상원의원 피선거권 연령을 30세, 하원의원은 25세로 제한하고 있어, 제도적으로도 청년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육아와 정치 사이에서 갈리는 젊은 여성들

고위직에 오른 젊은 여성 정치인들의 이야기도 주목받고 있다. 29세에 하원의원이 된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현 37세)는 올여름 난자 냉동 보존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같은 주, 트럼프 행정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됐던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29세)은 신생아를 포함한 두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백악관을 떠났다. 그녀는 "대변인직이 요구하는 지속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서 동시에 최고의 엄마가 될 수는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미국 연방 정부는 유급 출산 휴가 제도를 두고 있지 않으며, 의회에서 재직 중 출산을 경험한 여성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생각"

전문가들은 나이 자체보다 사고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뉴욕시 민주사회주의자(DSA) 공동의장 그레이스 마우서(Grace Mausser)는 지난해 34세의 나이로 뉴욕 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그녀는 "오래 정치를 해온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로 기득권의 언어와 논리에 너무 익숙해져 새로운 아이디어가 무조건 엉뚱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85세임에도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얻어온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을 그 반례로 들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의 노년학 교수 트레이시 젠드론(Tracey Gendron)은 "나이는 무언가를 예측하는 데 있어 매우 부정확한 기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45세이면서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85세에도 놀라운 판단력과 지혜를 갖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의회가 나이 외에도 성별,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 다양한 면에서 미국 사회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노인 정치'를 문제 삼을 때 나이에만 집중하는 건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이번 11월 중간선거는 미국 의회의 세대 교체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