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6학년도 미국 공립학교에서 금지된 도서가 1만 1,982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전세계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문학을 옹호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인권, 문학 단체인 PEN 아메리카가 2021년 도서 금지 실태 추적을 시작한 이래 단일 연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핵심 수치
- 1만 1,982권 — 2025-26학년도 공립학교 금지 도서 총 건수
- 7,370종 — 금지된 고유 도서 제목 수 (역대 최다)
- 4,000명 이상 — 피해를 입은 작가·삽화가·번역가 수
- 4,500종 이상 — PEN 아메리카 목록에 새롭게 추가된 신규 금지 도서
- 114개 — 단일 학년도 기준 최다 도서 금지 학군 수
텍사스·플로리다가 전체 금지의 대부분 차지
올해 금지 도서의 압도적 다수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두 주에서 나왔다. 두 주는 특수 이익 단체, 주 법률, 정치인이 맞물려 학교 도서관의 도서 접근을 제한하는 이른바 '교육 검열의 본보기'가 된 곳이다.
특히 텍사스에서는 2025년 통과된 도서 금지법 'SB 13'의 영향으로 8,000권 이상이 금지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지 건수를 기록했다. PEN 아메리카 분석에 따르면 추적 대상 학군의 72%에서 발생한 금지 사례는 주 법률에 의한 것으로 분류됐다.
플로리다에서도 정치적 압박이 도서 금지를 부채질했다. 2025년 5월 주 법무장관과 교육감이 힐즈버러 카운티 교육청이 주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교육감을 주 교육위원회에 출석시켰다. 청문회에서 한 위원이 학교 사서들을 "아동 학대자"라고 부르는 등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됐고, 이후 즉각적인 도서 퇴출로 이어졌다. 그 파급 효과는 주 전역으로 번져, 2026년 6월 기준 힐즈버러 목록에 포함된 도서들이 18개 학군에서 165건 이상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경향 ① AI가 금지 도서를 고른다
올해 두드러진 새로운 흐름은 인공지능(AI)이 금지 도서 선정에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 교육부의 모호한 지침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학군 행정가들이 AI 챗봇을 활용해 퇴출 도서를 평가하고 있다.
텍사스 프리덤 투 리드 프로젝트가 공공기록 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책의 내용이 법적 기준에 따라 실제로 음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학군에서 금지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서 제거를 권고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로 인해 도서 금지의 '눈덩이 효과'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로운 경향 ② 만화·그래픽 노블 대거 금지
올해 또 다른 주목할 흐름은 일본 만화(Manga)를 포함한 그래픽 노블의 대규모 금지다. 만화는 접근성이 높고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매체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검열 옹호자들은 만화의 특정 장면을 전체 맥락과 무관하게 발췌해 "부적절하다" 또는 "선정적이다"고 주장하는 '맥락 탈취' 전술을 즐겨 사용한다.
가장 많이 금지된 작가 목록에는 《파이어 포스》·《소울 이터》의 오쿠보 아츠시, 《진격의 거인》의 이사야마 하지메, 《이누야샤》·《란마 ½》의 타카하시 루미코, 《암살교실》의 마츠이 유세이 등 일본 만화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작품은 시리즈 전체가 한꺼번에 금지되는 경우가 많아 경우에 따라 20~50권에 달하는 작품이 한꺼번에 퇴출되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금지된 주요 도서들
이번 학년도에 처음으로 금지 목록에 오른 작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제인 에어》 — 샬럿 브론테
- 《케미스트리 수업》 — 보니 가무스
- 《진격의 거인 34권》 — 이사야마 하지메
- 《도쿄 구울》 — 이시다 스이
- 《비 모어 칠》 — 네드 비지니
- 《로미오 앤 줄리엣: 선택 가능한 모험》 — 라이언 노스 외 다수
5년간 금지 도서의 공통점
PEN 아메리카가 지난 5년간 금지된 수천 권의 도서를 분석한 결과, 금지 대상은 압도적으로 인종 및 인종차별, 성소수자(LGBTQ+) 인물이나 캐릭터, 유색인종 인물, 성(性) 관련 내용을 다룬 책들에 집중됐다.
PEN 아메리카는 "학교 도서관은 개인적·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 지식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도서 금지는 학생들이 마땅히 접해야 할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 문학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PEN 아메리카 '읽을 자유(Freedom to Read)' 프로그램이 작성했으며, 텍사스·플로리다 프리덤 투 리드 프로젝트 등 여러 파트너 단체의 협력으로 완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