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대가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오늘(9월30일) 수요일 공식 발표했다. 2014년부터 이어온 이슬람국가(ISIS) 격퇴 임무가 12년 만에 공식 종료됐으며, 마지막 미군 병력은 이라크 북부 아르빌 공군기지를 떠났다.
"IS와의 12년 전쟁 임무 완수"
美 국방부 대변인 숀 파넬(Sean Parnell)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이정표는 이라크와 역내에서 ISIS를 조직적 군사 위협으로서 격퇴한 12년간의 작전 성공을 반영한다"며 "전시 연합 임무에서 이라크 주도의 안보 체계로, 보다 정상적인 양자 안보 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후에도 이라크 파트너군에 대한 훈련과 정보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 알-자이디(Ali al-Zaidi) 이라크 총리는 미군 철수 인계식에 참석해 이번 철수를 "이라크의 주권, 제도의 강건함, 군의 준비 태세, 의사결정의 통일성, 우방국과의 균형 잡힌 파트너십으로 정의되는 새로운 단계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역사적 배경: 2003년 침공부터 두 번의 철수까지
미국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타도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2011년 한 차례 철수했지만, 3년 후 ISIS가 이라크 대부분을 장악하자 이라크 정부의 요청으로 다시 소규모 연합군을 파견했다. 이후 ISIS가 잔존 세포 조직 수준으로 약화되면서 미국과 이라크는 2024년 임무 종료에 합의했고, 지난해 이라크 대부분 지역에서 철수를 완료한 데 이어 이번에 쿠르드 자치 지역에 남아있던 마지막 수백 명의 병력도 철수시켰다.
친이란 민병대 환영, 쿠르드족은 불안
이번 철수에 대한 이라크 내 반응은 엇갈린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강력한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의 보안 담당자 아부 무자히드 알-아사프(Abu Mujahid al-Assaf)는 "점령군을 이라크 땅에서 패배한 채 몰아낸 것은 완전한 주권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알-자이디 총리 정부를 향해 "미국의 계획을 실행하는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복시킬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반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깊은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ISIS의 재기 가능성과 함께 미군 철수로 이란 연계 무장 세력이 더욱 대담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쿠르드 자치 정부 페시메르가(Peshmerga) 부처는 "최근 美-이란 전쟁 중 쿠르드 지역이 1,000회 이상의 드론 및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며 "이처럼 복잡한 지역 안보 상황에서 방어 시스템 제공 없이 미국이 쿠르드 지역을 떠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성명을 통해 지적했다.
민병대 무장 해제는 과제로 남아
미군 철수와 함께 이라크 내 비국가 무장 세력의 미래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라크 정부는 민병대 무장 해제를 추진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소수의 영향력 없는 민병대만 무기 반납에 동의했을 뿐, 이란과 밀접한 주요 무장 세력들은 거부하거나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
알-자이디 총리는 당초 9월 30일 미군 철수 시한과 민병대 무장 해제를 연계했는데 이제는 이를 철회하고, 무장 해제 시한을 2027년 6월로 미뤄놓은 상태다.
美-이란 전쟁의 그림자 속 불확실한 안보 미래
이번 철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이라크가 전쟁의 불똥을 맞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란 연계 이라크 민병대는 주둔 미군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왔고, 미군은 이들의 거점을 타격해왔다.
미국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기조를 보이면서도 이란과의 전쟁 등 새로운 분쟁에 계속 끌려들어가는 모순적 상황 속에서, 이번 이라크 완전 철수가 중동 안보 지형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2003년 침공으로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개입이 23년 만에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ISIS 잔존 세력, 이란 연계 민병대의 활동, 쿠르드 지역의 안보 공백 등 이라크가 홀로 감당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