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8일 금요일 베네수엘라 정부와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매장량을 개발하기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협정 관련 사항에 대해 공개 발언 권한이 없어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계자는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한 민간기업과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 합작사업을 통해 채굴되는 석유의 55%를 확보하게 되며, 이는 지하에 매장된 원유 약 650억 배럴에 해당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번 협정을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협정"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일 만한 이유가 많다고 지적한다.

석유산업을 연구하는 UC 산타 바바라 정치학과 파샤 마다비 부교수는 "처음 든 생각은 '와, 이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이게 실질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협정과 관련해 알아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미국에는 국영 석유회사가 없다는 점

라이스 대학교 에너지 연구센터 라틴 아메리카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 프란시스코 모날디는 미국 정부가 이 합작사업의 주주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우디아람코나 멕시코의 페멕스와 달리, 미국은 국영 석유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워싱턴 D.C.의 에너지 컨설팅 업체 컴피티티브 에너지 스트래티지스의 제럴드 케프스 대표는 "우리에게는 석유·가스 부문에서 정부 소유의 운영 역량이라 할 만한 것이 사실상 전혀 없다"며 "관건은 실제 현장에서 누가 운영을 맡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발언 권한이 없어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 협정에는 베네수엘라의 한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 파트너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美 석유회사들이 참여를 꺼릴 수도

다른 미국 석유회사 투자자들이 이 합작사업에서 미국 정부 지분의 일부를 인수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협정이 국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마다비 교수는 "누가 앞다퉈 이 기회에 뛰어들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지분을 '원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이 생산 비용에 일정 마진을 더한 가격으로 석유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석유 시장은 변동성이 매우 클 수 있다. 유가가 정말 높을 때는 석유회사들이 막대한 초과이익을 낼 수 있다.

마다비 교수에 따르면 이런 '원가' 방식의 협정은 석유회사들이 그런 큰 초과수익을 얻을 기회를 사실상 없애는 셈이다.

그는 "'원가'라는 조건은 이 업계에서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다"라며 "생산 비용과 실제 석유 판매가 사이에 존재하는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는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원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현 베네수엘라 정부의 정통성 문제

케프스 대표는 이번 협정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로, 이 협정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와 체결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로드리게스는 선출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나포·체포한 이후 권한대행직에 올랐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29일 토요일 밤 TV로 방영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협정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이롭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협정 조건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케프스 대표는 석유회사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들은 여전히 델시 로드리게스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는 셈"이라며 "그 정부가 얼마나 정통성이 있는지, 그리고 3~5년 뒤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휘발유값에는 당장 영향 없을 듯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이번 협정이 미국 납세자들의 "휘발유값을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프스 대표는 이번 협정이 당장 휘발유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발상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모날디 소장에 따르면 이번 협정에서 논의되는 대규모 유전 상당수는 아직 거의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이들 유전이 실제로 원유를 생산하기까지 최소 몇 년은 걸린다는 의미다.

모날디 소장은 "생산량이 의미 있게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따라서 이는 단기적으로 세계 석유시장에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케프스 대표는 이 협정이 설령 휘발유값에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그 시점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