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카드 업계 거인 비자(Visa)가 중국 본토 은행카드 결제 사업 진출을 위한 인민은행(PBOC)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40년에 걸친 중국 시장 공략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중국 국내 결제 시장 진출의 중요한 이정표"

비자는 오늘(10월13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인민은행으로부터 중국 내 은행카드 결제 청산 사업 설립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라이언 맥이너니 비자 최고경영자(CEO)는 “40년 이상 비자는 중국의 역동적인 결제 환경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왔다”며 "인민은행 규정에 따라 중국 국내 영업 개시를 위한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나온 '선물'

이번 승인의 시점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중국 정상이 올해 세 번째 회동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표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그룹의 조지 천 디지털 부문 파트너 겸 의장은 "베이징이 다음 달(11월) 선전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앞서 비자 라이선스를 승인하기로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방중을 앞두고 미국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려는 베이징의 의지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 방문 당시 비자의 중국 시장 접근 요청을 직접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9월 美中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모든 외국 금융기관의 중국 내 영업 신청을 승인하겠다고 선언했다.

맥이너니 CEO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경제사절단에 동행했으며, 이후 6월에는 美中비즈니스협의회(USCBC) 이사회 의장에 선출됐다. 9월 초에도 직접 베이징 방문단을 이끌었다.

마스터카드·아멕스보다 한발 늦은 진입

중국 본토는 그동안 자국 금융 산업을 철저히 보호하며 해외 자본의 유입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비자는 이미 2020년 5월 인민은행에 은행카드 결제 청산 기관 설립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그동안 비자는 중국 은행들과의 이중 브랜드 카드 협약을 통해 제한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이 구조에서는 중국 국내 거래는 유니온페이(UnionPay)가, 해외 결제는 비자가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올해 1월에는 중국 본토 발급 카드를 해외에서 애플페이에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비자는 다소 늦은 출발이다.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x): 2018년 인민은행 승인을 받아 2020년 6월 결제 처리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외국 카드사 중 최초 진입에 성공했다.
  • Masters 카드: 2020년 2월 결제 청산 준비 승인을 받아 중국 합작법인이 2024년 국내 결제 처리를 시작했다.
  • Visa: 이번 승인으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 세 번째로 중국 국내 결제 시장 진입을 준비하게 됐다.

모바일 결제 강자들과의 경쟁이 과제

중국의 일상 소비 결제 시장은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의 알리페이가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비자가 앞으로 이 강력한 모바일 결제 강자들과 어떻게 경쟁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