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압승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차갑게 돌아섰다. 블루 웨이브가 현실이 된 직후, 주식시장은 하락하고 채권 시장은 출렁였다. 오랫동안 '불확실성의 해소'가 호재라고 믿어온 월가의 통념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사전 경고는 있었다
선거 전부터 시장은 불길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민주당 압승이 "주식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P모건은 민주당 상·하원 동반 장악 시나리오에서 S&P 500이 선거 다음날 약 0.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블루 웨이브가 주가 하락과 달러 약세, 채권 강세를 불러올 것이라며 은행주 매도를 추천하기도 했다.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세 가지
시장이 블루 웨이브를 꺼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재정 적자의 확대다. 민주당은 공화당 주도로 삭감된 메디케이드와 식품 지원(SNAP) 예산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 전쟁 관련 지출까지 더해지면 이미 GDP의 6.1%에 달하는 연방 재정 적자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가채무 한도를 둘러싼 여야 충돌 가능성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둘째는 AI 및 빅테크 규제 강화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대거 당선된 텍사스, 캔자스 등의 주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 제한이 예고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의 핵심 거점이 규제 압박을 받게 되면, 현재 미국 경제 성장의 최대 엔진인 AI 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AI 반도체 종목이 선거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셋째는 정책 불확실성의 지속이다. 관세, 이란 전쟁, 이민 정책 등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유지되고 있어, 의회 세력이 바뀌어도 단기간에 달라지기 어렵다. 모건 스탠리는 "정책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채권 시장의 역설
흥미로운 것은 채권 시장의 반응이다. 블루 웨이브는 통상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 기대감으로 채권 금리를 올리는(채권 가격 하락) 요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민주당의 반(反)전쟁 기조가 이란 전쟁의 조기 종전과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인플레이션 베팅을 자극했다. 하트넷이 블루 웨이브를 "채권에게는 의외의 호재"라고 불렀던 이유다.
"취약한 성장"이라는 근본 문제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안 뒤에는 선거와 무관한 더 깊은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는 "현재 성장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AI 성장은 주식 밸류에이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조금만 흔들려도 경기침체로 굴러떨어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고 경고했다. 실질 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소비자 지출만으로 성장을 떠받치는 현재의 구도는 언제든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월가가 블루 웨이브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이 싫어서가 아니다. 이미 취약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경제 위에 또 하나의 변수가 얹혔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