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을 따라 수직으로 올라가는 전통적인 '커리어 사다리' 대신, 부서를 넘나들고 때로는 한 발 물러서기도 하는 이른바 '커리어 격자(Career Lattice)' 구조가 직장인들의 새로운 경력 설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직 상승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주니어에서 시니어, 관리자, 임원으로 곧장 올라가는 경력 경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부서의 관리직을 오가거나, 개인 기여자(IC) 역할로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조직 컨설팅 기업 콘 페리(Korn Ferry)가 전 세계 인재 및 고위 리더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특정 전문 분야 내에서 더 높은 직급과 연봉을 향해 직진하는 전통적인 선형 경력 경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격자형 커리어 경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리어 격자란 승진 대신 다른 팀으로 이동하거나, 역량 확장을 위해 사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거나, 경우에 따라 직급을 낮추는 선택까지 포함하는 유연한 경력 이동 방식이다.

“2027년, 직장인들은 올라가기보다 지그재그로 움직일 것”

이번 설문에 응한 리더의 64%는 선형 경력 경로가 앞으로 덜 일반화될 것이라고 답했고, 절대 다수인 85%는 경력 발전이 연차나 직책보다 역량과 기술에 달려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대부분의 응답자는 직원들이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더 많은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2027년에는 직장인들이 올라가기보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어떤 승계 계획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 안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더 넓은 범위의 기술을 갖춰야 위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 그 기술을 쌓을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고용주들이 가장 원하는 역량으로 적응력을 꼽았으며, AI가 업무 현장에서 더욱 보편화됨에 따라 AI 활용 능력 역시 각광받는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옆으로 가는 것이 앞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인력 솔루션 기업 커리어마인즈(Careerminds)의 커리어 코치 신시아 오르두냐는 횡적 이동의 사례로 영업 담당자가 고객 성공 매니저로 이동하거나, IT 지원 분석가가 사이버보안 분석가로 전환하는 경우를 들었다. 두 경우 모두 기존 역량을 발판 삼아 새로운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콘 페리의 시니어 클라이언트 파트너 캐슬린 비텔은 고용주와 직원 모두 횡적 이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인재를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텔은 "횡적 이동이나 옆으로 가는 것을 정체라고 봐선 안 된다"며 "오늘 내가 가진 역량과 인접한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오히려 승진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직원에게는 이것이 가장 빠른 전진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직 사다리의 장점도 여전히 유효

물론 전통적인 커리어 사다리에도 분명한 장점은 있다. 구인 플랫폼 인디드(Indeed)는 명확한 사다리 구조가 직원의 동기부여를 높이고, 특정 분야의 깊은 전문성 개발을 장려하며, 명확한 목표를 향해 일하게 하는 동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횡적 이동을 거부하는 이유로는 급여 인상이 없다는 점, 경력 발전에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는 점, 그리고 익숙한 팀을 떠나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꼽혔다.

오르두냐는 "직원들은 자신이 왜 선택받았는지, 무엇을 얻게 되는지, 그 기회가 장기적인 커리어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때 이동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필요만 내세우지 말고, 이 횡적 이동이 직원 본인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는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