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29일 와이오밍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인공지능(AI)이 금융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AI의 정보 처리 능력이 인간을 압도함에 따라 중앙은행이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금리 방향을 예측하는 ‘비대칭적 이해’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AI가 정책 방향을 선점해 규제를 회피하거나 앞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섞여 거래하는 세계에서는 시장이 지금보다 더 변덕스러워질 수 있다”며 “중앙은행은 자신보다 정책을 더 잘 이해하는 AI를 상대로 게임을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망은 지난 30년간 중앙은행들이 추진해 온 투명성 강화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연준은 1994년 정책 결정 이유 공개를 시작으로 기자회견과 물가 목표 명시 등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을 늘려왔다.
그러나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정책적 투명성이 오히려 AI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당국을 덫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AI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의도적으로 모호한 언어를 사용해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중을 위한 설명과 기계 학습용 분석 자료를 분리해 기자회견을 이원화하거나, AI 에이전트를 금융 인플루언서처럼 별도로 관리하는 등 정교한 정책적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잭슨홀에 모인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이러한 비관적 시나리오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기조연설에서 AI를 새로운 생산 요소로 규정하며 통화정책 운영에 영향을 줄 변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올해 49회를 맞은 잭슨홀 심포지엄은 ‘금융 혁신이 지급 결제와 정책에 주는 함의’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분산원장 기술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뤘으나, AI가 가져올 금융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