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친러시아 성향 일리아나 요토바 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요토바는 58%를 득표해 39%를 얻은 친서방 성향의 안드레이 규로프 전 총리를 제쳤다.

부통령이었던 요토바는 지난 1월 루멘 라데프 당시 대통령이 총리가 되기 위해 사임하면서 대통령직을 승계했으며, 이번 당선으로 임시 대통령 지위에서 벗어났다. 불가리아는 총리가 실권을 갖는 내각제 국가이지만 대통령도 군 통수권과 법안 거부권, 외교 조약 및 대사 임명 권한을 갖는다.

라데프 총리가 이끄는 친러 성향 진보불가리아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의회 240석 가운데 131석을 확보했다. 의회 과반을 차지한 여당과 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선거로 입지를 굳히면서 불가리아의 친러 노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냉전 시기 소련 주축의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속했던 불가리아는 2004년 나토, 2007년 EU에 가입한 뒤 친서방 정권이 장기 집권했다. 그러나 EU 최빈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조기 총선을 8차례 치르는 등 경제·정국 불안이 이어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가리아와 접한 흑해 연안에 군사적 충돌이 집중되면서 안보 불안도 커졌고, 이런 상황에서 친서방 노선에 반대하는 친러 세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라데프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반대, 에너지 가격 안정을 주장해 왔다. 불가리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화석연료 수입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했으며, 2024년에는 국민의 62%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다만 불가리아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면서도 나토와 EU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EU 기금에, 군사력을 나토 집단 방위 체제에 의존하고 있어 전면적인 기조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