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의 유엔헌장 ‘적국조항’ 삭제 요구를 거부하며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방위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을 바꾸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쑨레이 주유엔 중국대표부 부대표는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답변권을 행사해 이같이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앞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적국조항 삭제를 촉구했다.
적국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국이었던 일본·독일 등 옛 추축국을 대상으로 한 유엔헌장 규정을 통칭한다.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이나 선전포고 없이 이들 국가에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항들이다. 유엔총회는 이 조항들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보고 2005년 ‘적국’ 표현 삭제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이를 헌장에 반영하는 개정 절차는 완료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해 11월에도 이 조항의 효력을 두고 맞섰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자 중국은 적국조항을 근거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면 무력으로 응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해당 조항이 사문화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쑨 부대표는 이번 발언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살상무기 수출 규제 완화,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 및 공격 능력 강화 추진을 조항 존치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일본의 재군사화가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에 현실적인 위협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쑨 부대표는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 범죄를 인정하고 유엔헌장 전체를 받아들인 뒤 유엔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또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과 군국주의와의 단절이 전후 일본 체제의 전제라며, 다카이치 정부가 전쟁 범죄를 미화하고 주변국의 위협을 내세워 군사력 확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에 재군사화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