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 5일 발표된 연구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약 절반에게서 몸속에 잠복해 있던 다른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는 ‘바이러스 재활성화’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코로나19가 심한 환자에서 더 자주 나타났으며, 일부 바이러스는 회복 이후에도 신체 기능 저하와 피로가 이어지는 롱코비드와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IMPACC 연구진은 미국 20개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1,154명을 대상으로 입원 기간부터 퇴원 후 최대 12개월까지 혈액과 비강 검체 등을 추적 조사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등록 당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만이 아니었다. 사람의 몸에 들어온 뒤 오랫동안 잠복할 수 있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거대세포바이러스(CMV),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HSV1), 아넬로바이러스과 등이 코로나19 감염 과정에서 다시 활동하는지도 함께 살펴봤다.

분석 결과 1,148명 가운데 550명, 47.9%에서 급성 코로나19 기간 중 이러한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확인됐다. 재활성화가 나타난 환자의 67.6%에서는 한 종류의 바이러스만 검출됐다. 즉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외에 기존에 몸속에 있던 다른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바이러스별로 다시 활동하는 시점도 달랐다. EBV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타났다. 입원 후 1∼8일 사이 검사한 1,080명 가운데 260명, 24%에서 EBV 전사체가 검출됐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다.

아넬로바이러스과는 입원 후 약 20일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검출되다가 서서히 줄었다. 반면 HSV1과 CMV는 입원 후 19∼23일 무렵 더 많이 검출돼 비교적 늦게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바이러스 재활성화는 코로나19의 중증도와도 연관성을 보였다. 아넬로바이러스과와 CMV, EBV, HSV1이 검출된 환자일수록 중증 코로나19와 관련된 지표가 함께 나타났다.

일부 중환자에서는 CMV, EBV 또는 HSV1 검출이 1년 이내 사망과도 연관됐다.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된 환자에서는 IL-6, IL-10, CXCL10, CXCL11 등 염증과 관련된 물질과 면역세포 변화도 함께 관찰됐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롱코비드와의 관계다. 코로나19 급성기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됐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롱코비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퇴원 후 회복기에 아넬로바이러스과가 계속 검출된 환자에서는 신체 기능 저하와 피로를 호소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 연관성은 성별과 나이, 면역억제제 사용 여부, 처음 코로나19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정한 뒤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잠복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롱코비드가 생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도 바이러스 재활성화와 코로나19 중증도 또는 롱코비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구 대상이 코로나19 입원 환자와 백신 미접종자였고, 주로 초기 SARS-CoV-2 변이에 감염된 환자였다는 한계도 있다. 최근 변이에 감염된 환자나 백신 접종자, 경증 환자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