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관련 유럽평화기금(EPF) 66억유로의 사용처와 집행 조건을 확정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회원국들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금 가운데 47억유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장비를 먼저 제공한 회원국의 비용을 보전하는 데 쓰인다. 나머지는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는 EU 군사훈련임무(EUMAM Ukraine)에 9억유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군사 장비의 신규 공동조달에 10억유로씩 배정됐다.

회원국에 환급되는 47억유로가 모두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환급금을 다시 지원에 쓸지는 각 회원국이 결정한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일부 회원국이 이미 환급받을 몫을 우크라이나에 다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EPF는 EU 예산과 별도로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내 조성하는 기금이다. EU 밖 국가에 군사·방위 지원을 하거나 회원국이 먼저 제공한 무기 등의 비용을 보전하는 데 쓰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의 주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창구로 활용됐다.

기금 집행을 가로막았던 것은 헝가리의 반대였다. 오르반 빅토르 당시 총리 정부는 2023년 5월 5억유로 규모의 EPF 8차 지원분 승인을 막은 뒤 관련 결정을 잇달아 저지했고, 집행이 막힌 금액은 66억유로로 늘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오르반 전 총리가 패배한 뒤 들어선 친EU 성향의 페테르 머저르 정부는 지난 6월 기존 거부권을 철회했다. 이후에도 회원국들은 기존 지원 비용의 환급과 신규 지원에 각각 얼마를 배정할지 협상했고, 이번에 구체적인 사용 구조를 정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합의를 두고 “우크라이나에는 좋은 소식이고 러시아에는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이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유도하려는 것이지만 유럽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국방예산에서 270억달러의 자금 부족에 직면해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족한 국방 재원을 메우기 위해 EU 등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며, EU 집행위원회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 측과 실제 부족 규모 및 자금 조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