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에서 17일(현지시간)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학생과 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행진은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으며,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에서 27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AP통신과 프랑스24, BBC, 르 피가로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만성절 방학 첫날인 이날 오전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 노동조합 단체 등 수만명이 거리로 나섰고, 과거 노란 조끼 시위의 주요 인사들도 합류했다. 프랑스에서는 공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고교생들의 전국적인 시위도 이미 4주째 이어지고 있다.
파리에서는 시위대가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여 도심을 행진했으며, 일부는 보도블록 등을 경찰 저지선으로 던지거나 시위가 금지된 엘리제궁 등으로 향하다 치안 병력에 저지됐다. 경찰과 헌병대는 최루가스와 물대포 등을 사용해 폭력 시위대를 해산하고 미신고 행진을 막았다.
공공시설을 공격하거나 진입하려는 시도와 함께 민간 시설에 대한 약탈·방화·훼손도 발생했다. 내무부는 성명에서 각 행진에 극좌 세력을 중심으로 수백명 규모의 급진 시위대가 형성돼 치안 병력을 공격하고 상점과 공공건물에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두세 리옹 시장도 BFMTV에 복면을 쓴 사람들이 화염병과 무기로 쓸 수 있는 물체로 무장한 채 치안 병력과 충돌했다고 말했다.
시위 규모와 관련해 내무부는 리옹과 낭트에서 각각 2만명, 렌에서 1만명 등이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시위를 촉구한 단체 중 하나인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AFP통신에 오후 5시 기준 전국에서 1750건의 집회 또는 시위가 열려 모두 5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주장했으며,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두고 정부에 탄압을 중단하고 사회적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시위에 앞서 유가 상승으로 피해를 본 업종에 대한 지원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시위는 이어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시위의 권리를 행사할 때 사람과 재산을 존중하고 모욕이나 파괴를 삼가 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는 충돌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은 엑스(X·옛 트위터)에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극좌와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 측의 발언에 인질로 잡혔다며, 이들이 폭력을 정당화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멜랑숑 대표는 엑스에서 파리 경찰청장이 공식적으로 허가된 출발 지점인 레퓌블리크 광장으로의 접근을 금지하고 최루가스를 계속 살포해 혼란을 조성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뉴스 채널들이 폭력 장면을 내보내고 있지만 수만명이 차분하게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