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휩쓴 반이민 정서가 나치의 역사를 철저히 금기시해온 독일에서 극우 정당의 압승을 이끌어냈다. 6일 실시된 동부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이 43.8%를 득표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처음으로 극우 정당의 집권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여당 기독민주당은 17.2%를 얻어 2위에 그쳤다. 5년 전 직전 선거에서 기독민주당이 37.1%, 독일대안당이 20.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5년 만에 전세가 크게 역전됐다.
메르츠 총리는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수십 년 만에 겪은 가장 뼈아픈 패배라고 밝혔다.
독일대안당의 압승 배경으로는 신속한 불법 이민자 추방 태스크포스 신설과 이민 노동자 유입 억제 등을 내세운 강경한 공약이 꼽힌다. 실제 선거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38%가 난민 정책에서 가장 문제 해결 능력이 높은 정당으로 독일대안당을 꼽았다.
여기에 통일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동서독 지역 간 격차와 소외감이 승리의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독일 중앙은행의 가계자산 조사에 따르면 옛 동독 지역 가구의 순자산 중간값은 서독 지역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독일대안당이 동독 주민들이 2등 시민이라고 느끼는 소외감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30대의 젊고 친근한 이미지인 울리히 지그문트 주총리 후보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펼친 선거전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은 2013년 독일대안당 창당 이후 연방정부와 주정부 구성 과정에서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 방화벽을 철저히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전후 극우 정당이 주정부에서조차 집권한 전례가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독일대안당이 40% 넘는 지지를 얻으면서 전후 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독일대안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집권하려면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5.3%를 얻은 극좌 포퓰리즘 정당 사라바겐크네히트동맹이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방화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당은 대러시아 제재 반대와 난민 유입 제한 등 일부 현안에서 입장이 같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대안당이 다른 정당과 연정할 경우 야당으로 전락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를 막으려면 이념적으로 거리가 먼 좌파 정당들과 손잡고 반독일대안당 연정을 꾸려야 한다.
반대로 협력에 나서면 그간 고수해온 방화벽 원칙이 무너지며 당내 분열을 촉발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