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중앙은행이 금융 제재를 받을 경우 가상화폐로 우회하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둘러싼 제재가 금융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나온 대응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24일(현지시간) “암호화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제재와 그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23일(현지시간) 채널10 인터뷰에서 대안적인 경제 체계를 통해 은행 제재를 피할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통화가 가상화폐를 뜻하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영국·캐나다·프랑스 등 주요 12개국은 국제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서안 정착촌과 관련한 공동 조치를 약속했다. 이들은 정착촌에 금융·건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과 기업도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제재가 자국 은행으로 확대되면 해외 은행과의 거래가 막혀 수출과 투자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중앙은행에서 은행 감독을 담당했던 야이르 아비단은 외국 은행들이 이스라엘 은행에 환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국제 경제활동이 사실상 단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중앙은행·재무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기업인과 경제학자 100명도 25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의 제안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금융 제재가 은행과 기업, 수출업체, 투자자에게 타격을 주고 신용카드 이용과 국제 전자상거래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권은 정부가 제재 회피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고립 위험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대로라면 이스라엘이 국제 금융망에서 단절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