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에 최대 3조 엔, 약 27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 전략을 미국 현지 공급망 확장으로 넓히려는 구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 정부는 지난해 무역 협상에서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금 일부를 공장 건설에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공장 건설은 미국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부 실무진은 지난 14~15일 투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논의했으며, 사업 규모는 2조~3조 엔으로 거론된다.
공장 운영은 미국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가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생산 품목은 연산 처리 등에 사용되는 로직 반도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투자금 제공에 그치지 않고 자국 기업이 공장에 필요한 반도체 제조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가 미국 현지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이 공장에서 조달하면 공급망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에 10조 엔 이상을 공적으로 지원하고, 향후 10년 동안 50조 엔 이상의 민관 투자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홋카이도에서는 라피더스가 2027년 2나노 로직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다.
구마모토에는 대만 TSMC의 생산 거점을 유치했고, 히로시마에서는 미국 마이크론의 AI용 메모리 생산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이 자국 기업 육성과 해외 기업 유치에 이어, 이번에는 대미 투자금을 활용해 일본 기업의 공급망을 미국 현지까지 넓히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일본 자금을 활용해 반도체의 자국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고, 일본은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하면서 반도체 장비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과 자동차 업체의 공급망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반도체 공장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경기와 수요에 따라 가동률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닛케이는 향후 생산을 예측하기 어렵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이 참여하기 쉬운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