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70)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년 2월 조기 사임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내년 4∼5월 프랑스 대선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사임을 발표한 29일(현지시간)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ECB 통화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과 무관한 발언, 표현, 참여의 자유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중립적 위치에 편하게 있을 수 없다며, 자신이 관심을 두는 진실이 너무 자주 훼손되고 모순과 오해를 겪는 경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정계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07∼2011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중도우파 집권 여당 대중운동연합(UMP·현 공화당 전신) 소속으로 경제재무 장관 등을 지냈다. 2019년 ECB 총재가 된 뒤에는 조기 사임하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수장을 맡거나 프랑스 대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으며, 본인도 앞서 대선에 “친유럽적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WEF 의장을 맡든 선거에 더 직접적으로 참여하든 라가르드 총재가 프랑스 국내 담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분석했다. 브뤼노 르메르 전 경제재무 장관도 라가르드 총재가 프랑스 상황이 험악해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대선 출마설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선거를 반년 앞두고도 세를 모으지 못하는 주류 중도 진영의 부진이 있다. 폴리티코와 클러스터17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33%,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이 18.5%로 1차 투표 1·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중도 진영의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는 16%, 중도좌파 플라스퓌블리크의 라파엘 글뤽스만은 13%였다.
로이터 통신은 필리프 전 총리의 선거운동에 활기가 없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임기 말에 접어들며 유권자 피로도가 쌓인 점 등을 중도 진영 부진의 원인으로 전했다. 프랑스의 사회·안보 상황이 일촉즉발에 놓인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범중도 진영 내부의 분열도 쟁점이다. 필리프 전 총리와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가 경쟁하는 가운데 글뤽스만과 공화당의 브뤼노 르타이노도 각기 자리하고 있다. 범여권 민주운동 소속 페린 굴레 의원은 필리프와 아탈이 자신을 내려놓고 최적임 후보를 찾아야 한다며, 진영이 갈라진 상태로 남으면 RN과 LFI가 맞붙는 결선투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