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9)가 25일(현지시간) 귀국 사실을 공개하고 민주화 운동에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소셜미디어에 베네수엘라 서부의 한 교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렸으며, 전국을 돌며 민주화 운동을 위한 풀뿌리 조직망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차도는 2024년 대선 당시 출마를 금지당한 뒤 야당 후보를 지원해 승리로 이끌었지만, 베네수엘라 당국은 세부 개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니콜라스 마두로의 당선을 선언했다. 이후 야권 인사 체포와 시위 강경 진압 속에 숨어 지내던 마차도는 지난해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신변 위험이 더 커지자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올해 1월 미군이 마두로를 미국으로 끌고 간 뒤 마차도는 민주화의 계기가 왔다고 판단해 귀국을 시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주변국들에 그의 귀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으며, 이 때문에 마차도가 올해 일곱 차례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 이후 기존 정권에서 재무장관·석유장관·부통령을 지낸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을 협력자로 받아들였다. 로드리게스의 정권 유지와 미국의 석유 이권 확보를 맞바꾼 양측은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감독하는 합작회사가 베네수엘라 주요 유전지대를 100년간 독점 임차하는 계약에 서명했으며, 마차도는 이를 자원 수탈이자 영토 침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귀국은 미국인 사설 경호단의 호위와 콜롬비아·파나마 정부의 지원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로드리게스에게 마차도의 입국을 방해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행정부의 태도 변화가 마차도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전환보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일시적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베네수엘라·쿠바 등 중남미 출신 이민자 유권자가 많은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민주화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취재진에게 마차도에 대한 정치적 지지 대신 “아주 좋은 여자인 것 같다”며 “나한테 노벨평화상을 줬는데 내가 달리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정권은 40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과 전력 공급난 속에 국민 3분의 2의 불신임을 받고 있다. 마차도는 내년 7월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으나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아직 답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마차도를 제외한 다른 야권 인사들과 현 정권 사이에서 추진해온 점진적 화해 절차에서도 재선거 일정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마차도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화해 절차에 개입하면 베네수엘라 정국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 다시 생기면서 현 정권에 불만을 품은 대중의 결집과 대규모 시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그의 활동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간섭과 견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