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24일(현지시간) 수만 명이 국가 연금 보장과 공공부문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높은 물가에도 항의한 이번 시위에는 고령층이 상당수 참여했다.

AFP·AP 통신에 따르면 참가자 약 2만5천명은 아토차역에서 주요 쇼핑가인 그란비아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현재와 미래의 연금 지급을 보장하라는 팻말과 함께 먹고살 권리와 주거권, 자유를 뜻하는 ‘빵, 지붕, 자유’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국가 연금은 다음 달 29일(현지시간) 치러질 총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로뉴스는 스페인 연금이 현재 걷는 기여금으로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부과방식이어서 파산 위험은 없지만, 헌법이 국가에 적정한 지급액의 보장과 조정을 요구하는 만큼 국가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연금 수급자는 680만명이며 지난달 기준 1인당 월평균 수급액은 1천576유로다.

보수 야당 국민당(PP)의 에스테르 무뇨스 하원의원은 현 연금 제도가 붕괴할 위기라며 개혁을 주장했다. 이에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노동당은 우파 진영이 물가 상승에 맞춰 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현 제도를 약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총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하더라도 물가 연동 연금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노동당은 이 발언 이후에도 국민당이 제도를 바꾸려 한다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지역 공무원 후안 페르난데스(38)는 은퇴 후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떤 형태의 연금 민영화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필라르(64)는 “연금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며 교육과 보건 등 공공부문을 위해서도 대중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라르는 최근 주택난 항의 시위에도 찬성한다며 주거 문제가 청년들을 일깨운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87세 노인의 강제 퇴거를 계기로 주택난 항의 시위가 한 달간 이어지고 있으며, 이웃 포르투갈의 리스본 등지에서도 주거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