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뿐 아니라 유럽의 민주주의와 정치질서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유럽 각국에 경계를 촉구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유럽이 지원 부담을 지면서 자체 방위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럽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러시아의 의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러시아는 민주주의와 열린 사회, 유럽 통합의 성공을 두려워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 처음 군사적으로 개입했을 당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의 관계 심화를 막으려 했으며, 이후에도 유럽의 제도를 약화하려 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EU 회원국을 시험하거나 도발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공격의 횟수와 강도도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8월 라이프치히의 한 공항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 시도에 러시아가 관여했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독일은 올해 본의 러시아 영사관과 베를린의 러시아 문화원인 ‘러시아 하우스’를 폐쇄했고, 러시아도 자국 내 독일 괴테 인스티튜트 지부들을 폐쇄했다. 독일 대외정보기관 수장은 이달 초 러시아의 위협이 새롭고 더 위험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양국 간 폭력적인 충돌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공급에 합의하고 추가 대러 제재 일부를 유예했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도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미국의 지원이 불확실해지자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방위와 군사 장비에 필요한 자금을 부담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이것이 독일 예산과 EU에 큰 부담이라면서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원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유럽의 안정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설득하려 한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방 체계를 개혁하고 있다며 “나토 안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