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레티시아 왕비와 함께 13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의 자국령 세우타를 방문했다. 올여름 대규모 이주민 월경 사태로 혼란을 겪은 세우타에서 국왕은 이곳이 스페인 영토임을 강조하며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펠리페 6세는 현지 시민사회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여러분을 홀로, 보호받지 못한 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우타의 국경은 유럽의 국경이라며, 이에 대한 어떤 위협도 유럽연합(EU)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국왕의 세우타 방문은 펠리페 6세의 부친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찾았던 2007년 11월 이후 약 19년 만이다. 왕실은 모로코와 영유권 갈등을 빚는 세우타와 멜리야 방문을 꺼려 왔지만, 이주민 월경 사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세우타에 그 어느 때보다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방문을 요청했다.
모로코와 맞닿아 있는 인구 8만5천명의 세우타에서는 지난 7월 30∼31일 약 8만명이 스페인 쪽으로 국경을 넘었다. 이 사태는 스페인과 모로코의 책임 공방으로 이어졌으며, 하룻밤 사이 유례없는 규모의 이주민이 유입되는 장면에 충격을 받은 EU도 외부 국경 강화 방안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국경을 넘은 이주민 대부분은 사건 직후 자발적으로 돌아갔지만, 미성년자를 포함한 약 1만5천명은 여전히 세우타의 임시 수용시설에 머물며 주민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펠리페 6세는 변칙적인 경로로 들어온 사람들은 “가능한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스페인에 머무는 동안에는 존엄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로코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스페인과 EU가 건전한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 관계는 신뢰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안정과 평화, 지역 안보를 증진하려는 목표에 기반해야 한다며, 이를 실현하려면 양측 모두의 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모로코는 15세기부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지배한 세우타를 다른 아프리카 식민지처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7년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세우타 방문 때도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며 스페인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반발했다.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국왕 부부는 월경 사태 당시 바다를 통해 세우타에 도달하려다 숨진 이들을 기리는 추모식에 참석하고 현지 학교를 둘러봤다. 당시 사망자는 약 140명으로 추산된다. 세우타에서 하룻밤을 보낸 국왕 부부는 14일에는 모로코와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또 다른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영토 멜리야를 방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