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최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참석하면서 4년 만에 G20 무대에 복귀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네 차례 회의를 건너뛰었던 러시아는 이번 행사에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나란히 초청장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실루아노프 장관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회의 첫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실루아노프 장관과 따로 만나 단독 회동을 가졌다. 러시아 재무부는 회의장 밖에서 두 사람이 만나 금융 분야 협력과 G20 틀 안에서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베선트 장관이 러시아 재무장관과 생산적인 만남을 가졌고 세계 평화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반면 유럽 각국 대표들은 러시아와 합석을 거부하고 단체사진에서 배제하는 외교적 강수를 뒀다. 유럽 고위 인사 대부분이 실루아노프 장관과 나란히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면서 주최 측은 결국 단체 촬영을 앞두고 그를 사진에서 제외했다.

유럽 대표단은 실루아노프 장관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통보받지 못한 채 회의장에서 그와 마주쳤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한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를 일반 손님처럼 맞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 재무장관을 이런 자리에서 맞이한다는 신호가 꽤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클링바일 장관은 유럽이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으며 제재 내용을 두고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 초청 명단은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의장국을 넘겨받은 미국이 전적으로 짰다. 의장국인 미국은 회의 의제와 참석자를 직접 정했으며 러시아 측에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관계자 모두 초청장을 보냈다.

미 재무부는 이번 회의가 성장 촉진과 세계 경제 불균형 해소, 국가 채무 재조정 방식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베선트 장관은 연설에서 세계 경제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억누르는 근린궁핍화 정책 위에선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내건 의제에 러시아에 관한 문제나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럽 각국 대표들은 회의 전날 밤 따로 모여 러시아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율했으며 일단 대화 통로를 열어두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