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악화와 국제 유가 급등, CA주의 유류세와 환경 규제에 따른 세금이 맞물리면서 CA주 디젤 가격이 8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주유소 전광판마다 디젤 가격표에는 7달러 50센트에서 8달러를 넘는 가격들로 채워지면서 디젤을 이용해야 하는 한인 트럭기사들의 입에서는 운행하면 손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12년째 트럭을 운행하는 한인 A씨를 만나 현재 상황 심각성을 짚어봤다.
"손해 안보면 다행인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죠"
12년째 트럭을 몰고 있는 올해 54살 한인 A씨는 주유할 때 디스플레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인다고 한다.
한인 A씨는 최근 마친 LA와 피닉스 왕복 운임을 예로 들었다.
A씨의 트럭에는 총 240갤런을 담을 수 있는 대형 디젤 탱크가 달려 있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고민 없이 노즐을 걸어두고 탱크를 가득 채운 뒤 편의점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샀겠지만 A씨는 요즘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디젤 갤런당 8달러를 오르내리는 가격에 정산 금액 생각하고 넣지 않으면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리조나 주경계만 넘어가면 갤런당 2달러는 싼데 딱 거기까지만 버틸 기름만 넣고 출발하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A씨는 LA와 피닉스를 왕복하는 800마일 운행에서 생각하는 첫 번째 방정식은 운임이 아니라 '어디서 얼마에 디젤을 채울 것인가' 라고 했다.
240갤런 거대한 탱크가 있어도 가득 채울 수 없는 현실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은 유가가 10, 20센트 오를 때의 타격을 이야기하지만 대형 디젤 트럭 업계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
대형 트럭의 연비는 갤런당 겨우 5 ~ 7마일 안팎이다.
단순 계산으로 LA에서 피닉스까지 단방향 370 ~ 400마일을 달리는 동안에만 최소 60~70갤런의 디젤이 도로 위로 사라진다.
왕복하면 120 ~ 130갤런 이상이 소모되는 셈이다.
240갤런의 탱크를 모두 채우면 현재 CA주 가격 기준으로 디젤 비용이 2천 달러에 육박한다.
한인 A씨는 예전 같으면 디젤 탱크가 든든하게 차 있으면 마음도 든든했겠지만 지금은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것 자체가 낭비고 손해라고 했다.
필요한 지점까지 딱 맞춰 넣는 주유를 하지 않으면 당장 며칠 뒤 현금 흐름이 꼬인다고 토로했다.
'CA주 경계 넘으면 좀 덜합니다'
한인 A씨는 CA와 애리조나 주의 경계를 넘어설 때 즉시 주유소부터 찾는다고 했다.
애리조나 주유소의 디젤 가격이 갤런당 6달러대로 CA주보다 많게는 2달러 더 싸기 때문이다.
70갤런은 주유했더니 찍힌 금액은 약 420달러라고 했다.
만약 70갤런을 불과 20마일 뒤편 CA 주유소에서 넣었다면 57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주경계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단 한 번의 주유로 150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한 달을 오가면 1,500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데 웬만한 트럭 정비비 한 번 가격이라고 했다.
한인 A씨는 요즘 피말리는 운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한인 A씨는 LA와 피닉스 왕복 운임으로 지속해서 상황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번 왕복 운임은 3천 400달러다.
A씨는 운송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들으면 하루 이틀 일하고 3천 400달러를 번다고 이야기 할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리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었다.
LA와 피닉스 왕복으로 800마일을 달리는 동안 디젤값으로만 850달러 이상이 빠졌다.
유류할증료(Fuel Surcharge)가 일부 지급된다고는 하지만 최근처럼 유가가 폭등하는 시기에는 유류할증료 반영 시차가 발생해 상승분을 온전히 메꿔주지 못한다고 A씨는 토로했다.
할부금, 보험, 정비비 등 모든 필수 경비를 빼고 나면 A씨가 꼬박 이틀 동안 밤낮없이 졸음과 싸우며 운전해 손에 쥐는 실질 순수익은 1,000달러 남짓이라고 했다.
식비나 기타 경비를 빼면 상황은 더 팍팍해진다.
A씨는 매출이 3천 400달러로 똑같은데 기름값만 400달러 오르면, 내 입으로 들어갈 생활비가 그대로 400달러 깎이는 구조라고 밝혔다.
센트, 달러가 오를 때마다 생활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항구에서 짧은 운송?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말도 마세요"
A씨에게 짧은 운송은 어떻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주행 거리는 짧을지 몰라도 대기시간에 또 피가 마른다고 했다.
LA·롱비치 항구 컨테이너 터미널의 실상은 악명이 높다.
픽업을 위해 게이트를 통과하고 컨테이너를 트럭에 얹어 나오기까지 기본 몇시간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그 긴 시간 동안 꼼꼼하게 묶여 다른 일거리나 장거리 운송을 전혀 잡지 못한다는 기회비용의 손실이라고 했다.
시간이 곧 돈인 상황에서 묶이는 셈인 것이다.
디젤 가격이 싸고 운임이 좋으면 몰라도 현재는 항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했다.
결국 도로 위에서 가장 비싼 것은 '개솔린'과 '돈이 되지 않는 시간'
요즘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하다고 했다.
단순하게 도로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현 속도로 달리면 연비가 얼마나 나올지, 다음 주유는 어디가 제일 쌀지, 다음달 지출은 이번 달 순익으로 메꿀 수 있을지 등이라고 했다.
도로 위에서 가장 비싼 것은 거대한 10만 달러짜리 트럭 자체가 아니다.
그 트럭을 움직이게 만드는 갤런당 8달러짜리 디젤, 그리고 기름을 태우면서도 정작 돈을 벌지 못하고 길바닥에 흘려보내는 바로 그 시간이다.
이 가혹한 비용 부담은 결코 도로 위 한인 트럭커 A씨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디젤 가격이 오르면 운임이 오를 수 밖에 없고 물류비가 올라가면 마켓에 진열되는 쌀, 고기, 옷 등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주유소 전광판에 '갤런당 8달러'라는 숫자는 단순한 디젤 가격이 아니다.
CA주 경제와 우리네 식탁 물가 전체가 머지않아 치러야 할 거대한 비용의 영수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