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회는 대표 한인 단체로서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비주류로 힘들었던 이민 1세들이 한인 사회 규합을 위해 시작해 지난 2016년 1.5세와 2세 한인들이 본격 합류하면서 주류 사회로도 저변을 크게 확대했다.

한인 사회 정치력 신장을 위한 풀뿌리 운동, 한인 사회 위기 대응, 한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사 등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LA한인회에서 진행하는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푸드뱅크다.

LA한인회가 저소득 한인들을 위해 푸드뱅크를 시작한 것이 벌써 16년째다.

오늘(7일) 열린 LA한인회 푸드뱅크 현장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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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회 푸드뱅크에 참여하기 위해 한인들은 길게 줄을 섰다. / Koreatown Press

시작 몇시간 전부터 일대는 장사진

본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다.

LA한인회 주차장에서는 제프 리 사무국장, 헬렌 김 이사 등 한인회 관계자와 드림 트리 청소년재단 학생 등 30여 명이 푸드뱅크 물품들을 정리하고 나눠줄 준비를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수백 명의 한인들이 만든 줄은 LA한인회 주차장 입구부터 웨스턴과 샌 마리노 스트리트를 둘러 길게 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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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은 푸드뱅크에 참여하기 위해 수 시간 전부터 LA한인회 앞에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 Koreatown Press

지나가던 타인종 주민이 본 기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새벽 3시, 4시, 6시 등 한인들은 푸드뱅크에 참여하기 위해 수 시간 전부터 LA한인회 앞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80도가 넘는 날씨에도 한인들은 푸드뱅크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푸드뱅크의 시작

LA한인회 푸드뱅크는 16년이 된 만큼 한인들이 안전하게 물품을 받아 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제프리 LA한인회 사무국장이 선착순 400명분의 번호가 새겨진 스티커를 직접 한인들 손목에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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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은 푸드뱅크 입장에 앞서 스티커를 배부받았다. / Koreatown Press

그리고 오전 10시부터 한인들을 10여 명씩 주차장으로 입장시켰다.

드림 트리 청소년재단 학생들은 물품을 일일이 체크하며 한인들에게 정성을 다해 제공했다.

할머니가 힘드실까 봐 무거운 쌀포대를 입구까지 배달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짜증을 낼 법도 한데 환한 미소로 한인들을 맞이했다.

물품 구성은 쌀, 고추장, 우동, 양념류, 스낵 등 다양했다.

“비싼 가격에 마켓은 갈 엄두도 안나는데 고마울 따름이죠”

한인 할머니 A씨는 LA한인회에 연신 감사함을 표한다.

A씨는 푸드뱅크를 위해 무려 5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받아가는 물품으로 한 달 가까이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인 할머니 B씨는 마켓에 가서 장을 보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몇 가지 사지도 않았는데 영수증을 보면 60달러가 넘는다며 현재 자신의 형편으로는 LA한인회가 제공하는 물품만큼 구매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저소득층에 속하다 보니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주는 물품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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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푸드뱅크를 위해 무려 5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 Koreatown Press

특히 같은 질문을 건넨 한인 10여 명은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물품을 제공하는 곳은 LA한인회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인 C씨는 소득이 없다 보니 LA한인타운 내 푸드뱅크를 전전해야 해서 7곳 정도를 다닌다고 했다.

제공받는 것에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타인종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식료품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LA한인회 제공 물품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LA한인회 푸드뱅크를 통해 본 ‘세대를 넘어 서로 돕는 한인사회’

이번 행사에 참여한 드림 트리 청소년재단 소속 3년 차 학생 김군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생 신분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에 감사한 것과는 별개로, 한인타운 내 저소득 한인 시니어가 많은 광경을 보니 안타깝다는 것이다.

김군은 시니어를 포함한 한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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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트리 청소년재단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LA한인회에서 푸드뱅크를 준비했다. / Koreatown Press

학생들의 봉사를 보는 푸드뱅크 참여 시니어들은 손주뻘인 학생들의 봉사가 기특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한인 시니어들은 물품을 받아 가면서 학생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LA한인회는 지난 5월부터 2개월에 한번으로 푸드뱅크를 정례화했다.

두 달에 한번이기 때문에 힘들법도 하지만 제프 리 사무국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그저 뿌듯하다고 전했다.

다다익선!

LA한인회 푸드뱅크를 그저 행사일 뿐이라고 넘길 수도 있다.

10여 년 전 막내 기자였던 본 기자는 LA한인회 푸드뱅크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철없던 시절이라 취재하고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한인 사회 내 현실을 취재해 오면서 학생들의 손을 거쳐 전달되는 물품이 한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LA한인회 푸드뱅크에 참여한 한인들은 본 기자에게 '오아시스 같다'고 말했을 것이다.

오늘 참여한 한인 가운데 몇 사람은 특정 한인을 보며 “저 사람은 한인타운 푸드뱅크는 모두 다녀”라고 일러바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한가.

한인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행사는 ‘다다익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