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30대 한국인 여성이 전동 스쿠터를 타던 중 대형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F Chronicle)은 어제(30일) 한국 국적인 올해 32살 고 김예빈 씨의 사망 사건과 김씨의 배경을 조명했다.

김 씨는 현장에서 머리에 치명적인 중상을 입고 숨졌다.

경남 사천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김예빈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두 어린 동생을 돌보며 자랐다.

성실함과 강한 책임감으로 서울대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한화그룹의 태양광 솔루션 계열사인 큐셀(Qcells)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등 촉망받는 인재였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도전적이었던 그녀는 더 넓은 세상에서 커리어와 삶을 일구겠다는 꿈을 품고 약 1년 6개월 전 미국으로 건너왔다.

김 씨의 샌프란시스코 아파트 냉장고 달력에는 다음달인 9월 5일이 빨간색 별표로 체크되어 있었다.

미국에 건너온 뒤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한국의 가족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해 둔 귀국 날짜였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도로 구조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유가족 측 법률 대리인인 '워크업, 멜로디아, 켈리 & 쇤베르거' 로펌의 리치 쇤베르거(Rich Schoenberger) 변호사에 따르면 사고 직전 김 씨가 탄 스쿠터 바퀴가 마켓 스트리트 노면에 파여 있는 노면전차(Streetcar) 철로 궤도 홈에 끼이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잇따랐다.

사고가 발생한 마켓 스트릿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 당국이 분리형 자전거 전용 도로 신설 계획을 철회한 구역이다.

이로 인해 불과 11피트 폭의 좁은 차선에서 전동 스쿠터와 자전거가 수 톤에 달하는 대형 상업용 트럭, 버스, 택시와 섞여 달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매일 반복되어 왔다.

유가족과 변호인단은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에 수사 보고서와 CCTV 영상 제공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경찰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의 도로 관리 소홀 및 위험성 방치, 그리고 트럭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과실치사(Wrongful Death)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미국을 찾아 딸의 유품을 수습한 어머니 조영아 씨는 딸이 좋아하던 미키마우스 잠옷과 스누피 인형, 가수 박효신의 굿즈 등을 챙겨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조 씨는 딸이 평소 즐겨 입던 테니스복을 입혀 화장한 뒤 집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한 영묘에 딸을 안치했다.

어머니 조 씨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꿈을 찾아 떠났던 딸이 차가운 시신이 되어 돌아온 이유를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통함을 호소했다.